조례 시행 서울·광주·경기·전북 기초학력 저하 단정지을 수 없어
교권침해 건수 대부분 감소세…조례 없는 경남·세종서 증가세
학교 성교육 땐 성적자기결정권, 타인 정체성 존중·평등 가르쳐

경남도교육청이 도의회에 제출한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은 폐기 위기에 처해 있다. 조례안은 지난달 15일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 부결됐지만 7월 임시회까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으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반대해 온 측은 학생인권조례와 성적 하락, 교권침해, 성문란 조장 등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기초학력미달 비율 높다? =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 2011년 광주, 2012년 서울, 2013년 전북 등 4곳에서 제정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비교해보면 학생인권조례 시행지역인 서울·광주·경기·전북 등 4개 지역은 타 시·도보다 수능성적 향상 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조례 반대 측은 기초학력미달 비율을 확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기초학력 미달비율을 보면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의 학력 저하가 두드러질까.

교육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시·도별 평가 결과 자료를 보면, 조례 시행 지역 4곳 중 2곳의 일부 기초학력미달 비율 순위 기준으로 좋아졌다.

경기는 2010년 중학생(3학년)의 경우 기초학력미달 비율 순위가 5위(5.0%)였으나 2016년 7위(3.8%)로 낮아졌다. 전북의 2013년 고등학생(2학년) 기초학력미달비율은 5위(3.2%)였으나 2016년 6위(4.5%)로 향상됐다.

서울은 2012년 중학생 기초학력미달비율 7위(2.5%)에서 2016년 6위(4.5%)로 나빠졌다. 또 광주도 중학생은 2011년 8위(2.0%)에서 2016년 3위(4.7%)로, 고교생은 2011년 15위(1.4%)에서 2016년 11위(2.5%)로 기초학력미달 비율 순위가 높아졌다.

하지만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늘어난 곳이 많아 조례 시행과 기초학력미달 비율의 상관관계를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중학생의 경우 충남(2010년 7위→2016년 5위), 강원(2010년 6위→2016년 2위), 경북(2010년 13위→2016년 9위), 인천(2010년 13위→2016년 12위) 등의 기초학력미달 비율 순위가 높아졌다. 인천은 고교생도 2010년 14위에서 2016년 10위로 나빠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2008년은 전수평가 후 표집학급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채점을 했고, 나머지 학급은 단위학교 자율채점으로 해서 시·도별 평가 결과 산출이 불가능하다. 2017년부터는 시·도 간 서열화, 과열경쟁을 조장하지 않고자 시·도별 순위를 산출하거나 기재하지 않고 있다. 전수조사를 하지 않고 전체 학생 3% 표집방식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는 평가를 시행하고, 그 결과만 발표한다. 결과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학력의 개념이 변화하면서 기초학력미달 비율만으로 학력저하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교권침해와 상관관계 있다? = 교권침해와 조례의 상관관계는 확인할 수 있을까. 교육부 시·도별 교권침해 현황 자료를 보면 2011년보다 2012년에 교권침해 건수가 대전과 전남을 제외한 다른 시·도에서 모두 증가했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의 교권침해 건수는 2011년 1319건에서 2018년 403건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경기는 2011년 665건, 2012년 1691건으로 늘었다가 감소세를 보이며 2018년 521건으로 줄었다.

광주도 2011년 209건에서 2012년 487건으로 늘었다가 2018년 63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전북은 2011년 94건, 2012년 217건, 2013년 141건, 2014년 111건, 2015년 150건, 2016년 88건, 2017년 83건, 2018년 102건 등 증감을 되풀이했다.

오히려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세종·경남 등이 교권침해 증가폭이 컸다. 세종은 2012년 17건에서 2018년 69건으로 4배가량, 경남은 2011년 189건에서 2018년 258건으로 1.3배가량 늘었다.

▲ 경남기독교총연합, 경남성시화운동본부, 나쁜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도민연합, 경남함께하는시민단체연합,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5월 16일 경남도의회 앞에서 '교육위원회 조례안 부결' 환영 회견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 경남기독교총연합, 경남성시화운동본부, 나쁜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도민연합, 경남함께하는시민단체연합,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5월 16일 경남도의회 앞에서 '교육위원회 조례안 부결' 환영 회견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성문란 조장한다? = 학생인권조례 반대 측은 학교에서 성교육 시 성소수자의 성행위를 정상적인 것으로 교육하고, 성관계를 영화 보는 문제와 같은 가치로 취급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성교육 담당자들은 '자신과 함께 타인을 존중해야한다'는 교육을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학교 보건교사, 교과목(생물, 윤리 등) 담당교사들이 성교육을 맡고 있다.

김은혜 도교육청 성 사안 전문가는 "학교에서 양성평등 교육을 하고 있다. 제3의 성을 정상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정상, 비정상이라고 교육하지 않는다. 또, 성폭력 예방교육에서 가르치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나의 몸에 대한 권리는 나에게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의 몸을 침해할 수 없다'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선 창원 문성고 보건교사도 "교육부 지침인 성교육 표준안에 따라서 수업을 한다. 성 정체성과 관련해서는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나도 존중받고, 상대방도 배려 받는 게 성적자기결정권이라고 알린다. 성적자기결정권은 '성행동과 관련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권리를 의미하며, 원하지 않는 것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한다'고 강조한다. 성교육 시간에 선택과 책임을 이야기하면 학생들이 더 분별있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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