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동호숲 불법 벌목…군 보호림 관리 소홀 도마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된 거창군 웅양면 '동호숲'에서 150년 된 상수리나무 등 20여 그루가 불법으로 벌목돼 보호림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동호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동호숲 인근에서 과수원을 임차해 농사를 짓는 ㄱ 씨가 지난 21일 오후 과수원에 그늘이 진다는 이유로 동호숲 언저리에 있는 150년 된 상수리나무 등 20여 그루를 불법으로 벌목했다.

ㄱ 씨는 나무를 베어내고자 올해 봄 나무에 구멍을 뚫고 농약을 주입했다. 농약 때문에 말라죽어 가는 나무를 두고 '고사한 나무를 마을 주민과 합의 후 베기로 했다'고 군에 거짓으로 신고하고 나서 일을 저질렀다. 베어낸 나무는 무단으로 실어 내 인근에 있는 한 제재소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ㄱ 씨는 지난해에도 같은 곳에서 상수리나무 3그루를 불법으로 잘라냈다.

마을의 한 주민은 당시 잘린 나무 사진을 공개하며 "ㄱ 씨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또다시 문제를 일으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잘린 나무 밑동 주위에 미처 실어내지 못한 나무가 널브러져 있다. /김태섭 기자
▲ 잘린 나무 밑동 주위에 미처 실어내지 못한 나무가 널브러져 있다. /김태섭 기자

마을주민 이천영 설천재 대표는 "주민들이 정성을 다해 관리하고 있는 곳인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보호림에서 나무를 베겠다고 신고했는데도 현장 점검 한 번 나오지 않은 산림당국의 관리 소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림에서 나무가 고사했다면 무슨 문제인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느냐"며 "거창군이 숲 보호에 관심이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으로 벌목한 사실과 나무를 절취한 점, 거짓으로 주민과 산림당국을 속인 점 등의 내용으로 조만간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산림보호법에는 산림보호구역 내에서 임목의 벌채나 말라죽게 하는 행위 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산림보호구역에서 그 산물을 절취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군 관계자는 "ㄱ 씨를 산림보호구역 내 무단 벌목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며, 나무로 말미암은 수익은 숲 소유주인 연안 이씨 문중에 반납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불법 벌목 피해 외에도 ㄱ 씨가 나무를 죽이고자 사용한 농약 때문에 보호림 생태계의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됐다.

거창 환경단체 '푸른산내들' 이순정 사무국장은 "피해 현장을 둘러보던 중 ㄱ 씨가 농사를 짓는 과수원 주변에서 나무껍질을 벗겨 낸 뒤 농약을 발라놓은 나무를 발견했다"며 "죽어가는 나무 아래 장수풍뎅이 등 곤충들의 사체가 무더기로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무껍질을 벗겨 내면 그 냄새를 맡고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 등 수액을 먹는 곤충들이 모여드는데 수액과 함께 농약 성분을 먹고 죽게 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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