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일본조선공업회장 비판
EU도 깐깐한 결합심사 예고
한국조선, 내달 초 신고 계획

일본 조선업계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못마땅한 눈초리다. 국외 기업결합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경쟁 당국 가운데 하나인 일본이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앞으로 결합 심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이토 다모쓰 일본조선공업회 신임 회장(IHI 회장)은 지난 19일 도쿄에서 취임 회견을 열어 조선업에 자금을 계속 지원하는 한국 정부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정부 조성 등의 과도한 지원은 설비 과잉을 낳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며 "공정한 경쟁 조건 확립을 (일본) 정부와 협조하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이토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실현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압도적인 조선 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이지만, 각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그냥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향후 조선업도 제조에서 솔루션 형태로 방향 전환이 진행된다'는 인식을 피력한 뒤 "빅데이터 및 사물인터넷(IoT)의 활용을 추진함으로써 개발·설계·건조 사이클을 크게 가속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현대중의 대우조선 인수·합병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건 처음이 아니다.

가토 야스히코 전 일본조선공업회장은 현대중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시장 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가토 전 회장은 지난 4월 중순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우조선 대주주가 산업은행에서 현대중공업으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선박)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유감이다. 경쟁력 없는 조선업체 존속은 시황 회복을 늦추는 무익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앞서 현대중과 대우조선 합병에 대해 견제의 시선으로 깐깐한 심사를 예고한 바 있어 국외 기업결합 심사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 관계자와 독일 연방카르텔청장 등 유럽 경쟁 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3월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현대중의 대우조선 인수를 둘러싼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이런 가운데 EU는 최근 독일 철강회사 티센크루프(Thyssen Krupp AG)와 인도 철강회사 타타스틸(TATA STEEL) 합병 승인을 불허했다. EU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 줄어든 선택의 폭 등에 직면할 수 있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한편,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 중인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초 공정거래위원회에 결합신고서를 제출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EU와 일본·중국 등 국외 경쟁국에도 신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외 경쟁국 가운데 한 나라만 반대해도 인수는 물거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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