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하게 히틀러 비판했던 독일 신학자
자신을 그와 같다고 한 한교총 회장 궤변

저는 80년대에 신학대학을 다녔습니다. 그 당시 386세대라 불렸지만, 이제 586세대(5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생)가 되었습니다.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던 시민들이 거리를 메우던 6·10 항쟁을 겪은 사람입니다.

그 당시 '사회의식' 있는 신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인용되던 글귀가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어떤 미친 운전자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인도에서 차를 몰아 질주한다면…그 자동차에 올라타서 그 미친 운전자에게서 핸들을 빼앗아버려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당시 '미친 운전자'로 비유된 사람은 신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디트리히 본회퍼는 1906년에 태어나서 1945년 4월 9일에 히틀러 암살에 가담한 혐의로 형장의 이슬이 되어 주님께로 돌아갑니다. 본회퍼가 그 당시 신학생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준 이유는 독일 루터교회 목사이자, 신학자이며, 운동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본회퍼를 일깨운 사람이 있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전광훈 목사입니다. 전광훈 목사는 2018년 12월 열린 한 집회에서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미쳐서 유럽을 피바다로 만들려고 할 때 신학자 존웨퍼(본회퍼)가 나타나서 미친놈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 미친놈이 운전대를 잡으면 사살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내 마음의 신념이 존웨퍼와 같다"고 말했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히틀러 같은 독재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본회퍼와 같은 위대한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두 가지를 보아야겠습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히틀러와 비교가능한가?'입니다. 어림도 없습니다.

한 인물을 평가할 때 쓰이는 여러 가지 지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톨릭은 세 가지 윤리 원칙을 말합니다.

첫째, 공동선의 원리. 둘째, 보조성의 원리(약한 자를 위한 우선적 선택). 셋째, 연대성의 원리입니다. 이 세 가지 원리를 적용할 때 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이라는 허상과 약한 자의 고통을 통해 권력을 유지했던 살인마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와 전 세계 평화를 위해 고생하고 있습니다(공동선). 그리고 늘 약한 사람을 위한 정책을 펴고 행동하면서(보조성) 많은 사람과 함께(연대성)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하여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전광훈 목사가 자신을 본회퍼와 동일시하는 데 대해서 한국교회 원로들은 호소문을 통해서 "장본인이 스스로 본회퍼의 순교를 따른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흔한 적반하장의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입니다. 사실의 오도요, 정치적 망발이요, 신학적 궤변일 뿐입니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종교와 정치의 관계는 매우 미묘합니다.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해서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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