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 욕망과 요구 반영한 상징
잊힌 가고파·삼포 가는 길 '쓸쓸'

화려한 도시들에 대한 욕망이 조금씩 사라졌다. 서울에서 위안 삼던 사람들이 지쳐가면서 그렇게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과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양희은의 '한계령'과 같은 노래가 나왔다고 한다.

도시를 담고 있는 미국의 노래들에도 도시 이름이 많이 들어간다. 스콧 매켄지는 San Francisco를, 프랭크 시내트라는 New York, New York을 노래했고, 레이 찰스는 Georgia On My Mind를, 마마스 앤드 파파스는 캘리포니아의 꿈을 노래했다.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도, 마이애미와 매사추세츠도 노래로 불리었고, 시카고, 캔자스, 존 덴버, 보스턴, 스프링필드는 그룹으로, 가수의 이름으로 많은 지명이 우리가 미국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익숙해졌다.

그러면 우리의 도시들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구, 울산, 창원 등등의 도시들은 어떻게 노래에 담겼을까! 그리고 우리는 도시를 어떻게 노래하고 있을까? 대중가요는 아파트는 다루되 공장은 다루지 않았고 번화한 지역은 다루었지만 노동자들이 주를 이루던 지역은 다루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대중가요를 구입해주는 사람들이 대도시 사람이고 상업적인 필요에 의해서 노래는 생명력을 가진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여수 밤바다'에 감동하는 사람들도 결국에는 여수 밤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관광지로 삼는 여수 외지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는 브랜드 '여수 밤바다 낭만버스킹'이 되었다. 여수의 키워드는 '낭만'이 되었고, 야간시티투어 '낭만버스,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가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래는 서울에 대한 동경과 서울에 대한 그리움에 관한 노래가 주를 이루다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울 생활에 대한 권태로 나타났다. 이 권태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것에 대한 동경이 담겼다. 그럼에도 현재 서울을 테마로 만들어진 노래는 1140여 곡이며, 제목에 서울을 넣은 노래는 544곡이라고 한다. 이 중 명동이 들어간 노래가 54곡, 한강이 85곡, 서울역이 70곡, 남산이 40곡 순이라고 한다.

여전히 야구장 같은 곳에서는 지역의 대표곡이 울려 나온다. 노래가 지역의 상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갈매기가 그렇게 불리고, 돌아와요 부산항에, 목포의 눈물, 목포는 항구다, 울산큰애기 등등이 그렇게 불린다. 아니면, 낙동강, 한강, 유달산, 영일만 친구, 청산포, 한계령. 아니면, 안개 낀 장충단공원, 마포종점, 비오는 압구정, 광화문 연가 같은 노래들이 욕망과 요구를 동반하고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미자와 백설희가 내 고향 마산포를 불렀고, 황정자와 들고양이들이 오동동타령을, 남진은 마산 블루스를 불렀고, 박진욱은 마산항 엘리지를 불렀다. 진해군항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벚꽃엔딩이 울리지만 벚꽃 진해를 상징하지는 못하고, 마산 하면 가고파, 창원 하면 고향의 봄, 진해는 삼포로 가는 길이기도 했지만, 통합창원시는 이 모두를 삼켰다. 오동동타령과 산장의 여인은 잊혔고, 진해 삼포 가는 길에는 노래비만 외롭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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