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된 피해금 그대로 두어야...피싱 공범이라면 죄 성립 안돼
보증금 반환채권 소멸시효 10년...임차권등기로는 시효중단 불가

금융·보험·부동산·매매 등 일상 경제 각 분야에서는 오늘도 헤아릴 수 없는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1년간 대법원 선고 가운데 눈에 띄는 판례들을 정리해 봤다.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내용 축소 = ㄱ 씨는 '포인트를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카드사는 ㄱ 씨 등 회원들에게 별도 설명 없이 관련 부가서비스를 축소했다. 이에 ㄱ 씨는 '설명 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종전 약관대로 부가서비스 제공을 요구했고, 카드사는 '설명 의무 면제 대상'이라 주장했다.

이에 ㄱ 씨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ㄱ 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사업자에 대해 부가서비스를 부당하게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또한 신용카드사업자가 관련 사항 설명 의무를 부담토록 하고 있다. 이 밖에 사실과 다르거나 확대·축소해서 설명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 ㄴ 씨는 2002년 한 건물 공간을 보증금 1800만 원에 임차했다가 2004년 이사를 했다. 하지만 건물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다가 2005년 2월 사망했다. ㄴ 씨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2005년 6월 임차권등기명령(임차인이 대항력을 유지하며 전세금을 우선해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에 따른 주택임차권 등기를 마쳤다. 그러다 10년 훌쩍 지나서인 2016년, 사망한 임대인 자녀들을 상대로 "상속받은 범위 내에서 임대차 보증금 600만 원을 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자녀들은 "ㄴ 씨가 임대차 계약 종료 후 10년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행사하지 않아 시효가 소멸했다"며 응하지 않았다.

ㄴ 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ㄴ 씨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ㄴ 씨 패소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는 담보적 기능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일반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처분 성질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소멸시효 중단 사유인 압류·가압류·가처분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임대차 보증금 반환채권 소멸시효'가 계약 종료 시점인 2004년 8월부터 10년 후인 2014년 8월이었는데,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는 반환채권 소멸 중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ㄴ 씨 처지에서는 반환채권 소멸시효 이후 소송을 제기해 패소한 것이다.

◇자동차 사고로 경제적 가치 하락 = ㄷ 씨는 2018년 자신의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추돌사고를 당했다. 이에 보험사로부터 수리 비용 376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ㄷ 씨는 "사고 이후 격락손해(경제적 가치 감소)가 크다"며 보험사에 345만 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보험사는 "격락손해 지급기준을 초과할 정도로 경제적 가치가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사고로 원고(ㄷ 씨) 차량이 완벽하게 원상 복구를 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중대한 손상을 입었다. 가치 감소 손해액이 312만 원으로 평가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 사건 약관조항은 보험자 책임 한도액을 정한 것이 아니라, 보험금 지급 기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보험사)가 보상해야 할 손해액 산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고 봤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교환가치 감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이스피싱 계좌 횡령죄 =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통장계좌를 빌려준 이들이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일이 최근 잦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가 횡령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었다. ㄹ 씨는 성명 불상자들에게 예금계좌를 빌려줬다. 며칠 후 ㄹ 씨는 자신의 계좌에 돈 613만 원이 입금된 걸 알고서는 이 가운데 300만 원을 인출해 사용했다.

이에 대해 1·2심은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자신의 계좌에 송금인과 법률관계 없는 자금이 송금된 경우, 이를 송금인에게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했다. 이에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돼 사기 피해금이 송금된 경우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만약 계좌 명의인이 보이스피싱 공범이라면 피해금을 인출해도 이는 사기 실행에 지나지 않으므로 별도 횡령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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