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운동회 열어 학생·주민·동창 화합
학교마다 문화·예술 특화사업 펼쳐
도교육청은 소규모 학교 조례 제정 추진

1901년 개교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호동 성호초등학교는 졸업생 3만 6013명을 배출했다. 한때 학생 수가 5000명에 달했지만 전교생 수가 160여 명으로 대폭 줄었고 올 2월 졸업생은 23명이었다. 도심 공동화로 인구가 줄면서 학생도 감소했다. 개교 118년을 맞으면서 학교의 변화도 크다.

성호초교뿐만 아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구도심 학교 사정은 비슷하다. 새롭게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다양한 지역사회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다. '마을, 공동체, 사람들'을 주제로 한 문화운동회가 열리기도 하고, '르네상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학교별 특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경남도교육청은 읍·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학교에 대한 지원 조례도 준비하고 있다.

▲ 창원초교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열린 '숨쉬는 공간의 감각들, 추억을 기록하다' 행사에서 고무신 멀리차기를 하는 모습. /우귀화 기자
▲ 창원초교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열린 '숨쉬는 공간의 감각들, 추억을 기록하다' 행사에서 고무신 멀리차기를 하는 모습. /우귀화 기자

◇지역민과 더 오래 남을 학교로 = 지난달 31일 창원시 의창구 서상동 창원초교(1907년 개교)는 학생·동창·지역민으로 가득 찼다. 이날 개교 100년 학교 사용설명서 '숨 쉬는 공간의 감각들, 추억을 기록하다: 마을·공동체·사람들'이 열렸다. 이날 문화운동회를 창원시가 주최했고, (사)지역문화공동체경남정보사회연구소가 주관했다.

운동장에서 학생들은 고무신 멀리차기, 공기놀이, 제기차기, 아카시아 잎 떼기 등 놀이를 했고, 학생과 지역민이 술빵·오란다 등 추억의 먹거리를 맛보기도 했다. 인근 의창민원센터에서 한글을 배우던 할머니들은 단체로 와서 아카시아 잎 떼기 놀이를 하며, 천진난만하게 웃기도 했다.

시인, 피아니스트, 건축가 등의 동문과 지역민이 '사람책'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학생들의 얼굴 사진과 오래된 학교 사진을 엮어내는 '창원마을 메모리즈' 아트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체육관에는 학교 주변 창원읍성을 그리는 학생들로 붐볐다. 5학년 손지혁 학생은 "학교와 창원읍성을 친구들과 함께 그렸다. 그림을 그리면서 우리 지역을 더 생각해보게 됐다"며 "앞으로 100년이 더 지나도 학교가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운동회는 지난 4월 성호초교, 5월 창원초교, 6월 교방초교, 9월 진해 경화초교, 11월 성호초교에서 5차례에 걸쳐서 진행된다.

행사를 기획한 정애라 경남정보사회연구소 '문화가 있는 날' 사업팀 총괄담당자는 "문화운동회는 도시공동화로 위기에 놓인 학교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지역공동체 문화의 중심이었던 학교를 통해 열린 문화공동체 가치를 복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 창원초교 출신인 류진석 건축가가 체육관에서 학생들이 그린 건축 그림에 대해서 설명하는 모습. /우귀화 기자
▲ 창원초교 출신인 류진석 건축가가 체육관에서 학생들이 그린 건축 그림에 대해서 설명하는 모습. /우귀화 기자

◇학교와 지역을 살리는 프로젝트 = 창원시와 창원교육지원청은 지난 2016년 구도심 학교를 대상으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학생 수 감소로 위기에 놓인 도심 주택가 학교에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학교로 만들어서 학교를 살리고, 지역도 살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2016년 2억 4000만 원, 2017년 5억 원, 2018년 6억 원, 2019년 5억 8000만 원이 지원됐다. 2016년 합포여중, 명곡여중, 진해중, 2017년 창원 남산초교, 남산중, 마산 의신여중, 2018년 경화초교와 성호초교에 이어 올해 명곡초교, 신월중, 양덕중, 창신중, 진해여중에서 학교 특성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중 성호초교는 지난 2017년부터 '르네상스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꿈! 잊다·잇다·있다'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데 초점을 뒀다. 1인 1악기 연주 프로젝트로 학생들에게 우쿨렐레를 가르쳤다. 모둠북 동아리, 록밴드 동아리 등을 만들어 방과후 예술활동도 한다.

합포여중도 지난 2016년부터 예술·스포츠동아리 활동에 학생들이 끼를 펼칠 수 있게 북돋았다. 강사를 초청해 바이올린·첼로·플루트·피아노 등 악기를 가르쳤고, 수영·빙상·골프 등 스포츠도 배울 수 있게 했다.

류혜숙 합포여중 교사는 "학교에서 예술활동 등에 대한 지원을 하면서 신입생도 조금 늘었다. 사업 초기에는 악기 연주를 지원한다는 것을 알고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학생들도 있었다. 지속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민들이 아카시아 잎떼기 놀이를 하고 있다. /우귀화 기자
▲ 지역민들이 아카시아 잎떼기 놀이를 하고 있다. /우귀화 기자

◇작은 학교 살리는 조례도 준비 = 도교육청은 읍·면 지역을 중심으로는 전교생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한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 규모는 작지만 교육과정을 강화해 작은 학교 학생들의 교육 기회, 학습권 보장 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3월 1일을 기준으로 60명 이하 도내 학교는 초교 163개교, 중학교 60개교, 고교 9개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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