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자치단체 등에 촉구
10개 은행 대출만 7230억 지적
"탈석탄금고 평가항목 신설을"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은행에 자치단체·교육청 곳간 열쇠를 맡기지 마라." 환경단체들이 탈석탄 투자에 무관심한 금융기관을 압박하고자 지방자치단체에 '탈석탄 금융 금고'를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그린피스·기후솔루션·환경운동연합은 1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국 지자체 탈석탄 금고 지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가 금고를 지정할 때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고 이행하는 은행을 적극적으로 우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 19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 지자체 탈석탄 금고 지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 19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 지자체 탈석탄 금고 지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지자체의 일반회계·공기업 특별회계, 지자체 출자·출연기관과 전국 시·도교육청 금고를 포함해 금고 시장은 453조 474억 원 규모다. 전국 지자체와 시·도교육청 금고로 지정된 은행은 NH농협·신한·우리·KB국민·KEB하나·IBK기업·대구·경남·부산·광주·전북·제주은행 등 12개다. 이 중 전북·제주은행을 제외하고 10개 은행은 국내외 석탄발전소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석탄발전 프로젝트 파이낸싱(PF·특정사업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그 사업의 수익금으로 되돌려받는 금융기법) 대출 규모만 최소 7230억 원이다. 회사채 투자 등 다른 형태로 투자한 금액까지 더하면 적게는 수조 원에서 많게는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NH농협은행은 전국 지자체의 60%(회계구분별 금고 941개 중 562개), 17개 시·도교육청 금고 중 16개를 지정받았다.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 도내 14개 시·군 1금고도 NH농협은행이다. 경남도는 NH농협과 경남은행에 8조 7358억 원을, 도교육청은 NH농협에 5조 4267억 원을 맡기고 있다.

자료를 분석한 이소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NH농협은행의 석탄발전 PF 대출 잔액은 371억 원이지만 농협 금융지주 계열사의 석탄발전 투자 규모를 합하면 2018년 8월 기준 무려 4조 2616억 원에 이르고, 이는 국내 금융기관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PF 대출방식 외 모든 방식의 석탄금융 규모를 고려하면 IBK기업 역시 1조 원이 넘고, 신한·KB국민·KEB하나 등도 훨씬 큰 규모의 국내외 석탄금융을 제공해왔다"고 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탈석탄 금고 지정을 추진하는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국내 석탄발전기 60기 중 절반인 30기가 충남에서 가동 중이다. 국내외 석탄발전소 투자로 석탄금융 투자처가 이익을 얻는 동안 국민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고통을 받고 있다"며 "충남도는 금고 지정 규칙을 개정해 석탄금융 축소 의지 등에 대한 배정 점수를 신설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지자체와 교육청의 금고 지정은 각각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에 관한 예규'와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금고지정 기준에 관한 예규'에 따라 각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이 제정한 조례·규칙을 기반으로 한다. 행안부와 교육부의 예규에 따르면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은 금고 지정 때 각각 11점과 9점을 지역특성과 정책목표 등에 반영할 수 있다.

환경단체는 "지자체와 교육청이 탈석탄 선언 여부, 국내외 석탄발전 투자철회 계획 제출·이행 등 '탈석탄 금고 평가 세부항목'을 신설하고 유의미한 수준으로 배점함으로써 탈석탄 금고를 만들어 나가기를 촉구한다"며 "경남도를 비롯한 금고 계약완료 시기를 앞둔 지자체는 당장 올해부터 이를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탈석탄 금고 지정은 특정 금융기관을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시대에 대응해 시장의 룰을 바꾸어 가자는 취지"라며 "특히 기후변화 리스크가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과도 밀접하게 연동된 만큼 탈석탄 금융 우대는 금융기관은 물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가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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