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4월 권고안에서 정보경찰 업무를 타 부서로 이관·조정하면서 조직 진단을 통해 정보인력의 축소·재배치를 추진하도록 요구하였다. 현재 전국 경찰 12만 922명 중에서 2990명인 정보경찰 인력 10%를 감축하는 방안이다.

경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방안은 우선 고육지책의 성격이 많아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이루어진 경찰의 광범위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전임 경찰청장들이 줄 기소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권위주의 정부 시절 사찰활동을 지속한 이유는 지극히 단순해 보인다. 국민 시선엔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는 활동을 해온 이런 정보경찰을 그대로 둔 채 검경 수사권조정이나 경찰개혁과 같은 말을 하기는 곤란해 보인다. 구시대적인 조직문화를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면서 다른 인접기관에 책임을 돌리는 행위는 비겁 그 자체일 뿐이다. 그래서 정보경찰 개혁이라는 사안은 경찰 전체 개혁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전체 경찰 개혁프로그램이나 로드맵이 제시될 때 정보경찰의 개혁 역시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런 구조나 체계의 변화가 있어야만 정보경찰의 개혁이 가능한 건 아니다. 한국의 경찰이 삼성이라는 기업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꼴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염호석 노동자 시신 탈취사건'과 같은 공권력 도덕적 해이의 극단적인 사례에 대해서 경찰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먼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경찰은 자기 식구 감싸기나 하급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식의 꼬리 자르기를 여전히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범죄행위에 가담한 피의자들이 사법적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현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국민의 시선은 철저히 무시한 채 경찰 조직 고위직들이 일선 경찰들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인 꼴이 아니냐는 비판에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이 느끼는 정서에 기초한 평가를 두고 일방적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민주사회에서 여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무시하고선 자신들의 주장만 옳다고 강변하는 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권력배분 문제에 대해서 우호적인 평가가 존재하는 현실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으면 경찰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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