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로 드러난 거창군 공무원들의 출장비 비리 행태는 규모, 대담성, 가담자의 직책 등에서 혀를 내두르게 한다. 2015년부터 3년간 가짜로 서류를 꾸며 출장비를 타낸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공무원들은 총 18명이다. 횡령 액수는 7000여만 원에 이르며 이 중 한 사람이 횡령한 액수만도 3000여만 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리 가담자에는 양동인 전 군수, 전직 고위 공무원, 회계 책임자 등이 망라되어 있으니 위아래 가릴 것 없이 거창군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현실을 알 수 있다.

이번 같은 대규모 횡령은 고위급 공무원에다 회계 책임자까지 가담하여 서로 '짜고 쳤기에' 수년 동안 들통나지 않을 수 있었다. 게다가 공무원의 관외 출장비로서 교통비, 숙박비, 식사비 등을 모두 포함하여 책정된 속칭 '풀(POOL)여비'에서 횡령이 이루어진 것도 문제다. 풀여비가 문제가 있음은 거창군 내부에서도 이미 제기된 일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주민들은 허탈하기 이를 데 없다. 경찰 수사를 통해 해당 공무원들이 죄의식 없이 '관행'처럼 출장비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것은 출장비 비리가 이번에만 저질러진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큼을 알려준다. 사건이 드러난 올해 초 거창군은 경찰에 해당 공무원을 고발하고, 연초에 풀여비 운용계획을 수립하는 등 공직기강 쇄신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출장비 부정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는 대책이 필요했다. 또 거창군 공무원들만 '관행'에 익숙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실제로 출장비 부정 수령 의혹은 비단 거창군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며, 경남도, 김해시, 고성군, 의령군에서도 의혹이 제기되었다. 경남도 차원에서 전체 시군을 상대로 대대적인 특별감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 사건은 공무원노조 누리집에 비리 가담자에 관한 제보가 올라오면서 발각되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지자체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공무원노조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공무원들이 잘못된 동료애로 세금도둑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공무원노조에 기대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