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자에게 부쳐
공공성 버리고 정치선동 일삼는 성직자
나치협력자 엄벌 외친 카뮈가 떠오른다

제목만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책이 있다. 프랑스 남쪽의 전원마을 루르마랭에 은거한 '알베르 카뮈'는 아비뇽 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끊었다. 그러나 카뮈는 기차를 타지 않았다. 마침 그곳에 내려와 있던 친구의 승용차를 타고 파리로 향했다. 그 승용차가 5번 국도 빌블르뱅에서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들이받았고 운전석 옆자리에 앉았던 카뮈는 즉사했다. 1960년 1월 4일 오후 2시 무렵이었다. 마흔일곱의 나이로 주검이 된 카뮈의 호주머니에서 쓰지 못한 기차표가, 그의 검은색 가방에서는 미완성 소설 초고가 발견되었다. 이 소설이 출판된 것은 그로부터 34년 뒤인 1994년 4월이었다. 카뮈가 남긴 마지막 원고이자 첫 자전소설인 <최초의 인간>이다.

'문재인 대통령 하야'란 말도 안 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대표회장 전광훈) 탓에 국회가 개점휴업상태인데도 불구, 나라가 들끓었다. 한기총은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는 물론 법원, 국가정보원, 검찰 등을 점령했다며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 문 대통령은 연말까지 하야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을 통해 밝혀졌지만, 한기총이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다. 그러고 보니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이번 시국선언문은 성공작(?)이다.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의 공(?)이 크다. 한기총은 전 목사가 합류한 이후 극우의 길을 걷고 있다. '정치 목사'로 불리는 전 목사는 개신교계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모 언론에 따르면 2005년 1월 집회에서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팬티)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라고 말해 '빤스 목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2007년 4월 집회에선 "올해 12월 대선에서는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 만약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말했다. 제목만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책이 있다면, 듣는 순간 딱 맞다는 생각이 드는 별칭을 가진 인간도 있다.

마침내 개신교 원로 20여 명이 1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독교계 반성과 미래 희망을 위한 호소에 나섰다. 이들은 미리 배포한 기자회견 개최 취지를 통해 "최근 '거짓 선지자'들이 등장했다"고 규정하며 이들은 "정치적 이단 사교를 선포하고 복음을 왜곡하며 정치적 선전·선동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성직자는 모두를 위한 교회공동체의 목회자로서 정파 소속이나 당파 소속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소속으로 성직의 공공성을 지켜가야 한다. 그러나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교회를 수치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가뜩이나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짜증나는 '빤스 목사' 얘기는 관두고 카뮈로 돌아가자. 2차 대전 직후 프랑스 드골 정부가 했던 나치협력자에 대한 처벌은 엄격했다. 당시 프랑스에서 존경받던 작가 프랑수와 모리악은 '관용론'을 내세워 그만 용서하고 화합하자고 호소했다. 이에 카뮈가 나섰다. <이방인>(1942년)이란 소설로 유명한 카뮈는 당시 '콩바(Combat)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프랑스공화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정의를 좌절시키려는 자비를 거절할 것이다." 카뮈의 마지막 소설 <최초의 인간>은 파격, 또 파격이란 평을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자에게 칼처럼 쥐여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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