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노인 학대, 가정 내에서 많이 발생
자식·부모라도 별개 인격으로 바라봐야

며칠 전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있었던 판결 하나. 10여 년간 친아버지로부터 학대받은 두 의붓딸을, 친자식처럼 돌봐온 계모가 돌보는 게 맞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폭력적 언어와 체벌로 양육해 온 친아버지를 상대로 두 딸이 낸 친권상실 청구를 받아들여 친아버지의 친권을 박탈했다. 그리고 이들을 11년간 친자식처럼 키운 양어머니를 미성년 후견인으로 선임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아동이나 노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에서 이는 두드러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며 지난해 아동학대(18세 이하) 신고건수는 3만 6392건으로, 전년도 3만 4169건에 비해 6.5% 증가했다. 아동학대는 지난해 2만 4433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부모에 의한 것이 1만 8433건(75.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초중고교 및 어린이집 등 교직원이 3011건(12.3%), 친인척 1096건(4.5%) 등이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18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31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노인학대로 신고된 건수는 1만 5482건이고, 학대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5188건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발생장소는 가정 내 학대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89.0%)으로 가장 많았고, 생활시설 380건(7.3%), 병원 65건(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재학대(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돼 종결됐던 사례 중 다시 학대가 발생해 신고된 사례)는 전체의 9.4%로 전년(7.8%) 대비 1.6%p 증가했는데, 가정 내에서 발생(98.4%)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아마도 '부모 잘못 만나 태어난 죄' 정도일 것이다. 당연히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죄(?)다. 단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믿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있다. 자식은 미성숙한 존재이며, 인권같은 것은 아직 스스로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이만 먹는다고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성숙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성숙하다고 해서 학대받고 인권을 부정당해도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는 '미성숙한 어른'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올초 양산에서 20대 남성이 온라인게임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생후 2개월 된 아이를 학대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을 '성숙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가.

초고령 사회. 신체적·경제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노인이 가족이라는 이름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안전을 위협받는 사례가 언제까지나 남의 이야기이기만 할까. 가족을 별개의 인격으로 바라보는 스스로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 변화도 중요하다. 학대는 '참견할 수 없는 가족 내의 일'이 아니라 사회 문제다. 이웃이 감시자가 돼 사회 안전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아이와 노인과 같은 약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기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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