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학과 설립부터 20여 년 한우물
창원부동산경기 유니시티·부영에 달려

지역 언론이 부동산 관련 보도 때, 전문가 조언을 얻기 위해 자주 찾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정상철(60) 창신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다. 지역에서 그만한 부동산 전문가를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 교수를 만나 그의 근황과 지역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부동산학회장 중책 맡아 = 정 교수 직함은 여러 개다. 창신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부동산대학원장·미래융합지식대학장도 겸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책을 또 하나 맡았다. 지난달 임기 3년의 '한국부동산학회장'에 선임됐다. 지역 대학교수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부동산학계에서 최고 권위 학회장을 맡은 것이다.

"한국부동산학회는 1970년 설립됐는데, 관련 학회로는 동양 최초였습니다. 고 김영진 선생님이 계셨는데요, 이분이 우리나라 부동산학 뼈대를 세우셨습니다. 한국부동산학회를 만든 것도 이분이시죠. 학회는 관련 연구·세미나뿐만 아니라 정책 마련에서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학계는 서울 사람들 텃세가 좀 있어요. 그 속에서 제가 학회장을 맡을 수 있었던 건, 창신대 부동산학과·대학원이 그 권위를 전국에서도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창신대 부동산금융학과는 1998년 만들어져 지금까지 2000명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부동산대학원도 2017년 개원해 현재 70명 넘는 인원을 두고 있다. 또한 2017년 부동산경매연구소까지 문을 열었다. 경매연구소는 지역 봉사 개념으로 운영된다. 지역민 누구나 매주 목요일 열리는 자리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듯 창신대학교는 부동산금융학과 주·야간, 부동산대학원 석사·최고경영자 과정, 별도 경매연구소까지 체계적인 과정을 구축해 놓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정 교수 역할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정 교수는 1998년 초대 학과장을 맡은 이후 지금껏 학교·학과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창신대 부동산학과를 맡고 나서 한 우울만 파왔습니다. 지방 대학 대부분 그렇듯, 학생 모집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제가 방송 출연 횟수만 300회가 넘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칼럼을 오랫동안 쓰기도 했고요. 그러한 활동이 우리 학교·학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아 학과·대학원 모두 서로 들어오고 싶어 합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여기까지 키웠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 정상철 창신대학교 부동산대학원장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역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정상철 창신대학교 부동산대학원장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역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창원 부동산 침체 '3박자 맞물려' = 창원지역 부동산시장은 2015년 말 이후 침체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그 원인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급과잉 때문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창원이 2015년 이전 4∼5년간 한창 부동산경기가 좋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울 메이저 건설사들이 전부 이쪽에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공급이 한꺼번에 몰린 거죠. 그렇더라도 투자 가치만 있으면 달라지는데, 그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지역경제 침체로 돈이 돌지 않고, 여기에 부동산시장 불안 심리까지 더해졌습니다. 즉 '공급 과잉' '지역 경기침체' '불안 심리', 이 3박자가 맞물린 거죠."

정 교수는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몇 가지 변수를 들었다. 우선 의창구 '중동 유니시티'다. 이곳은 전체 4개 단지 6100가구 가운데 다음 달 1·2단지 2867가구가 입주한다.

"입주자들이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기존 집을 팔지 못하면 발목 잡히는 거죠. 그러면 실제 입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창원지역 전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엄청날 겁니다. 유니시티가 지역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곳마저 안 되나'라는 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는 거죠. 반대로 실제 입주율이 높다면, 창원 전체 분위기 전환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또 다른 관심사는 마산합포구 '월영부영(마린 애시앙 부영)'이다. 이곳은 2017년 초 4298가구 분양에 들어갔다가 '대규모 미분양'을 겪었다. 당시 평당(3.3㎡) 분양가는 980만 원이었다. 최근 완공을 앞두면서 곧 재분양을 예고하고 있다.

"월영부영은 애초 마케팅에 실패한 측면이 있어요. 한꺼번에 4000가구를 분양했는데 그게 무리였던 겁니다. 중동 유니시티도 반반 나눠 진행했거든요. 부영 입장에서는 유니시티 분양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창원·마산지역은 분위기가 다른데 그걸 몰랐던 거죠. 또한 2017년 초 분양 당시 창원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찬물을 끼얹은 측면도 있습니다. 이번 재분양 관건은 결국 분양가인데, 글쎄요…. 여전히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 낮추면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또 목소리를 낼 거고요."

▲ 정상철(가운데) 교수는 지난 5월 31일 임기 3년의 '한국부동산학회장'에 선임됐다.  /정상철 교수
▲ 정상철(가운데) 교수는 지난 5월 31일 임기 3년의 '한국부동산학회장'에 선임됐다. /정상철 교수

◇"지역 맞춤형 정책 목소리 낼 것" = 정 교수는 정부 부동산정책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한국부동산학회장 자격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창원 등 미분양관리지역이 많으면 국가적으로 손실입니다. 정부가 지역 맞춤형 정책으로 챙겨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대표적인 히든카드는 세금입니다. 양도세를 일시적으로 면제 혹은 감면해 주는 거죠. 취득세도 낮춰줄 수 있고요. 부동산시장은 결국 심리인데, 그렇게 되면 바로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과거 IMF 외환위기 때 선례도 있습니다. 제가 서울에 가서 이런 얘길 해도, 정책 입안자들은 체감을 못 해요.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규제·촉진책을 적절히 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질 못하는 거죠. 한국부동산학회장이 됐기에, 이런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집값이 내려가면 무주택자에게는 또 다른 기회인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시장 시각이 있는 자들 처지에 너무 치우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많은 사람이 한 푼 두 푼 아껴가며 겨우 집 한 채 마련합니다. 그런데 집값이 1억 원씩 하락합니다.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심리적 공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 심리가 정부 탓을 하게 되고, 사회 불만으로 연결됩니다. 그게 더 큰 문제입니다. 한편으로 '돈 열심히 벌지 말고 있을 때 쓰고 말자'라는 분위기도 형성될 수 있습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도 안 되지만, 이렇게까지 떨어지는 건 더 문제라는 거죠. 집 하나 매매 때 파급 분야가 이사·도배·전자제품·외식 등 26개나 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부분 한 가지를 물었다. 전문 지식을 개인 자산 형성에 활용하는 부분이다.

"사람들이 '창원 땅 전부 당신 것 아니오'라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론과 실제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걸 떠나 저는 학자로서 선을 긋고 있습니다. 돈에 신경 쓰면 학문을 우습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학자가 돈맛을 보면 학생까지 돈으로 보게 되는 거죠. 학자는 상식·정보만 대중들에게 줘야지, 직접 뛰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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