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선거 개입에 사찰도
이념 편향적 여론전 기획·제안
정책 반대 주민·노조는 탄압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사회 전반에 걸친 위법한 개입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 정보경찰을 해체하거나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 3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7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금태섭 국회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강 전 청장의 공소장을 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은 청와대 지시로 각종 선거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보고했다. 선거뿐만 아니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관련 해직자와 일반조합원을 분리하도록 압박하거나 정치권의 논의에 대비한 여론전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또 '좌파 연예인'의 정치 참여를 주시해야 한다거나, 2016년 역사교과서 공세에 철저한 대비책 필요, 사법부 판결에 대한 정부의 부담요인 관리 등 사회 전반적인 현상에 대해 이념 편향적인, 정권의 입맛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선거 관련 정권에 보고서 = 경남 현안과 관련해서도 정보경찰들이 광범위하게 움직였다. 2012년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경남지역 정보경찰은 "홍준표 후보에 대한 긍·부정 여론이 혼재돼 있고,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최대 변수"라거나 "김두관 전 지사 중도 사퇴에 대한 반감이 여전해 여당 후보가 선거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 "최근 신공항 건설 논란에 대해서는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관심이 낮음" 등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한국주택공사 진주 이전 등 경남지역 지원사항을 적극 홍보해 정부에 대한 불만 여론 확산을 차단하자는 제언이 보고됐다.

2016년 4·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관련 사전타당성 용역 보고회 관심이 높고, 부산·경남 등 입장 차가 첨예함"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여당·자치단체장 상대로 동남권 신공항 언급 자제를 요청하거나 야당 공세가 예상되는 사업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마련하라"는 조치·고려사항도 있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왼쪽),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왼쪽),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갈등 현장서 노조·주민 억압 = 앞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삼성전자서비스 '염호석 시신 탈취 사건', '밀양 송전탑 폭력사태' 등에서도 정보경찰의 개입이 드러났다.

2014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 양산분회장 사망 사건에서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 하모 과장과 김모 정보계장이 유가족 동선을 삼성 측에 알려주고, 또 경남청 하모 정보3계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삼성과 유가족 만남을 주선한 것이 드러났다. 특히 양산서 정보계장은 염 분회장 부친의 지인을 동원해 가짜 신고를 하도록 했고, 경찰이 노조 조합원들을 강제 연행하기도 했다. 양산서 정보과장·계장은 삼성 측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부정처사후수뢰)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08~2014년 밀양 송전탑과 관련해 정보경찰은 불법행위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주민의 이름과 나이, 처벌 전력 등을 파악해 검거대상으로 분류했다. 체포·호송조를 편성해 마을별로 배치하기도 했다. 또 '강성 주민', '외부세력', '과격', '극렬 불법행위 주동자' 등 표현으로 강경수사를 대응기조로 삼았다. 사복 채증조를 편성해 상시로 채증활동도 했다.

◇"철저한 진상규명 해야" = 염호석 사건과 관련해 최봉기 삼성전자서비스경남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기소된 양산서 정보과 간부들은 당시 경남청 정보3계장이 왜 혐의가 없느냐고 묻고 있다. 철저한 수사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안석태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이 사건만 보더라도 그동안 경찰이 정권과 자본의 하수인 노릇을 자행해 왔던 것이 드러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사권 조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정보경찰 개혁과 철저한 재발방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정보경찰의 겁박도 일부밖에 밝혀지지 않았다"며 "불법사찰과 회유, 매수 등으로 한전의 직원 역할을 대행한 정보경찰을 전면 개혁하라"고 했다.

경찰청 진상조사위는 두 사건 모두에서 정보경찰의 중립성, 업무·역할 통제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찰개혁위원회도 지난 4월 권고안에서 정책정보·신원조사 업무는 정부 차원의 국가정보체계 개편과 연계해 이관·조정을 추진하고, 심층적인 조직 진단·분석으로 정보인력의 축소·재배치를 추진하도록 요구했다. 또 '공공의 안녕' 기능과 무관한 경찰의 대외협력은 관련 부서로 이관하고, 집회시위와 관련된 업무를 조정하여 경비 등 다른 부서로 이관하도록 권고했다. 경찰청은 정보경찰 인력 10%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 경찰 12만 922명 중 정보경찰은 299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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