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바탕 '언터처블' 리메이크 신작
사회적 편견·인종·장애 넘어선 우정
기생 아닌 공생관계에 담긴 연대 힘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지만 목 아래로 전혀 쓸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를 가진 필립(브라이언 크랜스톤)과 신체는 건강하지만 가족을 돌보기는커녕 자신조차 제대로 아끼며 살지 못한 전과자 델(케빈 하트)의 우정을 그린 <업사이드>.

<업사이드>(감독 닐 버거)는 지난 2012년 170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을 리메이크 한 신작이다.

▲ 영화 <업사이드> 주요 장면. /스틸컷
▲ 영화 <업사이드> 주요 장면. /스틸컷

◇이해한다는 것

굉음을 내며 도로를 질주하는 스포츠카. 차 안에는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한 남자와 운전기사가 앉아있다. 이내 경찰차에 둘러싸이지만 둘은 보기 좋게 경찰을 속인다. 급하게 응급실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터트리고 다시 자동차는 질주한다. 이 두 남자의 이야기는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4시간 자신을 돌봐 줄 사람을 구하던 필립에게 델이 면접을 보러 간다.

필립의 비서 이본(니콜 키드먼)은 전과자에 막무가내 성격의 델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필립은 델을 고용한다. 입이 떡 벌어지는 숙소 제공에 높은 급여까지, 이제 좋은 가장이 될 수 있겠다는 꿈에 부푼 것도 잠시이고 델은 실수 연발로 해고당할 위기에 놓인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환심을 사려 하거나 혹은 장애인을 돌봤던 경력을 들이밀던 면접자들을 제치고 애초 필립이 델을 고용한 것은 자신이 위급상황에 놓였을 때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 혹은 제대로 응급조치를 하지 못할 것 같은 경력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생은 알 수 없는 법.

최악을 선택해 죽음조차 선택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필립은 장애인 혹은 고용주라는 편견 없이 대하는 델과 일상을 함께 하며 잊었던 과거의 자신을 점점 되찾아 간다.

델은 어떠한가. 자신의 잘못된 과거는 인정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던 델은 전과자라는 사람들의 선입견 앞에서 늘 좌절했다.

"예전엔 모든 걸 원했지. 하지만, 지금은 없어."

아내와 아들까지 더는 그에게 기회를 주려 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동기야 어떻든 기회를 주고 그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필립.

"누구나 실수를 하지."

그렇게 99% 다른 그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각자의 처지에 공감하며 결국에는 누구보다도 끈끈한 관계로 나아간다.

계층과 피부색을 뛰어넘는 우정, 게다가 실화라는 매력적인 소재의 프랑스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다시 내놓으며 프랑스의 대저택은 뉴욕의 펜트하우스로, 필립은 교수에서 자수성가한 기업컨설턴트이자 작가로, 델은 많은 동생을 돌보는 형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인 변화는 소소하다. 그러한 변화보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인간애의 감동은 더욱 진해졌다.

영화는 도내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볼 수 있다.

▲ 주인공 델 역할을 맡은 케빈 하트./스틸컷
▲ 주인공 델 역할을 맡은 케빈 하트./스틸컷
▲ 주인공 필립 역할을 맡은 브라이언 크랜스톤. /스틸컷
▲ 주인공 필립 역할을 맡은 브라이언 크랜스톤. /스틸컷

◇다소 긴 사족

1%의 우정으로 99%의 다름을 이겨낸 <업사이드>를 보는 동안, 지난 주말 8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떠올랐다.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선균)은 항상 선을 강조한다.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선은 무엇인가.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너와 나의 다름을 강요하고 내가 정한 선 안으로 '감히' 들어올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 신분제 사회는 더욱 단단해졌으며, 돈으로 너의 모든 것을 살 수 있으니 피고용인은 고용인의 요구를 묵묵히 따라야 한다는 암묵적 약속.

박 사장은 선을 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대부분 기택의 이야기에 흘려 듣는 듯, 알듯 말듯 미소를 보이지만, 박 사장은 기택(송강호)의 "사모님을 사랑하시잖아요"라는 말에 유독 정색한다.

돈이 있든 없든, 반지하에 살든 대저택에 살든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너와 나는 같은 인간임을 이야기하는 기택의 말에 박 사장의 표정은 서늘해진다.

"운전이나 해요."

휴일 수당을 줄 테니 출근해달라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연교(조여정), 아들의 생일 파티에 인디언 복장을 입고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는 본래 업무 외의 일에 머뭇거리는 기택에게 업무 중이라고 정색하는 박 사장. 여기서도 사랑을 말하는 기택에게 박 사장은 선을 지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드러나는 갑질은 없지만 박 사장은 자신의 공간으로 스멀스멀 넘어오는 '반지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절대 지워지지 않는 냄새'에 불쾌해 한다.

결국, 기택이 폭발해버리는 것도 이 지점이다.

오페라 아리아를 시끄럽게 여기던 델에게 자신의 옆자리를 내주며 함께 공연을 감상하고 델이 좋아하는 음악도 기꺼이 들어주던 필립.

열렬히 사랑했던 아내를 추억하고 자신의 장애보다 아내가 옆에 없다는 사실에 더욱 힘들다는 속내를 털어놓는 필립과 과거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는 델.

조금씩 공간을 내어주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던 필립과 델, 그리고 박 사장과 기택을 통해 기생이 아닌 공생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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