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밀양 송전선로 건설과정에서 주민들에게 가해진 경찰의 폭력을 공식 인정했다. 조사위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안전한 행정대집행을 위한 조치를 넘어선 과도한 탄압과 사망사건 사인 축소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조사위는 경찰청에 재발방지와 인권 증진 제도·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폭력 공식 인정은 긍정적 조치이지만 책임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수반되어야 한다. 송전탑반대대책위는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으로 이어지게 된 배경과 윗선의 개입 여부 조사 등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지휘라인에 있는 공직자의 책임을 밝혀내야 한다. 하급 경찰일지라도 상부지시 수행이라는 이유로 폭력 행사와 인권침해의 책임을 면제받을 수는 없다. 책임소재가 밝혀지면 폭력적 진압을 한 경찰들에 대한 포상과 특별승진도 재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무효화해야 할 것이다.

무리한 공사 진행과 경찰의 폭력진압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당한 피해에 대해서도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밀양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주민 2명이 숨지고, 224명이 다쳤다. 주민·활동가 67명이 연행돼 재판에 넘겨졌다. 주민들과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이 경찰의 과도한 폭력 행사 때문이라는 증거가 새로 드러났으니 재심을 해서 억울한 재판 결과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밀양송전탑 사태는 공사 집행을 위해 주민의 희생을 강요했던 대표적 국가폭력 사례였다. 밀양송전탑의 무리한 건설과정을 돌아보면서 국책사업을 할 때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새겨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건설한 4대 강 보가 철거 검토되는 걸 보면 장래에 산에 설치된 고압선 철탑이 사라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공권력에 의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하급 공직자들도 상급자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 지시에 이의를 제기하고 실행을 거부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국책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객관적인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의견수렴, 보상협의 등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절차가 잘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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