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 축구 역사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루어낸 20살 이하 한국 축구 대표팀을 축하한다.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경기임에도 국내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않았던 U-20 월드컵 대회였기에 그 성취가 더욱 빛난다. 그러나 성과가 눈부신 만큼이나 성인축구 대표팀에 편중되는 지원, 유소년 축구 양성에 대한 관심 부족, 축구 행정당국의 낡은 사고방식 등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은 한 세대 이전에 U-20 대회의 전신인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둔 적이 있었지만, 이번 대회까지만 해도 전국가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성인 월드컵 경기에 비하면 U-20 월드컵 대회에 대한 관심은 매우 떨어졌다. 이는 U-20, U-17 피파 월드컵 대회 등에 대해 성인 월드컵 못지않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축구 선진국들과 크게 비교된다. U-20 대회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나라들도 대부분 축구가 발전한 나라들이다. 한국이 U-20대회 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은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어린 선수들이 드물었기 때문이며, 이는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소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연간 9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쓰는 대한축구협회의 경우 2018년 지출액 884억 중 대표팀 운영비에 229억 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예산의 4분의 1가량을 대표팀이 독식하는 기형적인 지출 구조 속에서 유소년 축구뿐 아니라 아마추어와 프로 축구, 생활축구 등 축구의 저변을 넓히는 일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에 대한 비판에서 엘리트 중심의 선수 육성 제도가 빠지지 않지만, 유소년 유망주의 발굴과 지원이 없이는 그조차 이루기 어렵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거나 입시의 방편으로 전락한 학원 축구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십 년 전부터 나왔으며 한일월드컵대회를 전후하여 관련 여론이 비등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정부와 대한축구협회 등은 U-20대회 준우승에 기뻐하는 데 자족하지 말기 바란다. 촉망받는 스타 선수도 거의 없이 정정용 감독이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거둔 성취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하고 새로운 전기로 삼아야 할 일이다. 이번 쾌거를 청소년 축구 육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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