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권침해 진상조사 결과
밀양 송전탑 현장에 용역 투입
폭력·희롱 행사…경찰은 축소
반대주민 금전 회유·매수 시도
전자파 피해우려 등 왜곡 홍보

밀양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관련해 한국전력공사의 민낯도 드러났다. 한전은 용역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하면서 주민들을 억압하고, 반대 주민을 돈으로 매수하려 했던 사실이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에서 확인됐다.

밀양 송전탑은 애초부터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해 3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면서 "신고리-북경남 765㎸ 노선 수도권 연계 계획이 3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철회된 이후에도 변경 없이 원안을 고수해 밀양송전탑 대안 모색을 하지 못하게 했고, 예산 낭비와 사회갈등을 조정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찰청 진상조사위원회는 "실제 한전의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평균 이용률은 2017년 10.04%, 2018년 13.7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 지난 2013년 5월 22일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89번 한국전력 철탑 공사현장에서 주민들이 중장비를 막고 앉아 있는 가운데 그 뒤로 경찰과 한전(오른쪽) 관계자들이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 2013년 5월 22일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89번 한국전력 철탑 공사현장에서 주민들이 중장비를 막고 앉아 있는 가운데 그 뒤로 경찰과 한전(오른쪽) 관계자들이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한전 '폭력' 용역 동원 = 진상조사 결과 한전이 2010년 12월 9~11일 330명, 2012년 1월 16~17일 50명 경비용역을 동원했다. 특히 한전은 용역을 동원해 주민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했다.

한전은 2011년 11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던 산외면 여성 승려의 복면을 강제로 벗기고, 성적 욕설을 하며 발로 차는 등 폭행을 저질렀다. 2012년 1월에는 용역 50여 명을 동원해 공사현장을 봉쇄한 주민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 또 2012년 9월 한전의 송전선로 직원 7명이 단장면 공사현장 경계표시 말뚝을 2개 뽑았다는 이유로 주민을 노끈으로 묶어 억류했고 상해를 입혔다.

특히 고 이치우 씨의 분신사망 사건은 한전 용역의 폭력이 발단이 됐다. 2012년 1월 16일 오전 4시께 한전 용역 50명이 굴착기를 이끌고 이 씨 형제의 논을 파헤쳤고, 이 씨는 그날 오후 8시께 몸에 불을 붙여 숨졌다.

경찰은 주민들 피해에 대해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며 각하, 불기소 의견이나 인원을 줄여 검찰에 송치할 뿐이었다.

◇"돈으로 주민 매수" = 한전이 돈으로 송전탑 반대 주민을 매수하려 한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대책위는 2013년 2월 한전 차장이 밀양 지역농협 이사 선거에 출마한 송전탑 반대 주민에게, 마을이장을 통해 시공업체로부터 받은 1000만 원을 전달하려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책위가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하도급거래공정화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으나 각각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과 증거불충분으로 각하됐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구체적 진술과 경찰의 수사보고 등을 보면 한전은 돈을 통한 회유와 매수로 송전탑 건설 강행을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앞서 201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제남 전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한전은 송전탑 경과지 주민에게 전력설비 견학, 마을회관 비품 지원, 행사 협찬, 치유 비용, 농자재 구입 등으로 모두 1억 6100만 원을 지급한 것이 드러났었다.

▲ 2013년 10월 3일 단장면 4공구 현장사무실 앞에서 주민들과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길에 누워 시위를 하는 가운데 헬기가 자재를 실어나르던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 2013년 10월 3일 단장면 4공구 현장사무실 앞에서 주민들과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길에 누워 시위를 하는 가운데 헬기가 자재를 실어나르던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전자파 피해도 축소 = 전자파를 걱정할 것 없다던 한전의 설명도 부적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밀양 송전선로와 1450m 이내에 마을 30곳이 있으며, 200~500m 안에 포함된 마을도 4곳이나 된다.

한전은 송전선로 전자파에 대해 우리나라 설비기술 기준치(833mG)보다 현저히 낮은 약 20mG로 건설될 예정이라며 안심해도 된다고 지속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833mG는 세계보건기구와 국제비전리복사방호위원회(ICNIRP)가 '단기간 고노출'로부터 보호하고자 권고하고 있는 기준치일 뿐이다.

국제암기구(IARC)는 3~4mG 이상의 전자파를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그 외 여러 역학조사나 전문가에 따르면 송전선로 주변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위암 발병률이 1.2~1.3배, 간암 1.3~16배 높게 나타났다. 특히 위암은 50세 이상, 간암은 60세 이상에서 뚜렷하게 높았다.

또 한전은 송전탑 건설 정보를 주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의견수렴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한전은 정부의 제1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03년 10월 송전선로 경과지로 밀양을 확정했다. 주민들은 2005년 8월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한전이 주민설명회를 열었으나 주민은 단장면 50명, 상동면 38명, 부북면 10명, 청도면 28명 등 모두 126명만 참석했다. 5개 면 전체 인구(2만 1069명)의 0.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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