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합포∼창원성산 간선노선
불법 주정차·출퇴근길 정체 속
종점 차고지 도착 '간당간당'
끼니 거르고 용변 참으며 운전

"승객에게 친절하겠습니다."

지난 14일 오전 5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한 시내버스 업체 영업소. 버스 운전사 이(40) 씨는 일지에 차량 번호와 이름을 적고 승객에게 친절하겠다고 썼다. 시내버스 운전사들은 '친절 다짐'을 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이 씨가 이날 운행할 버스는 105번. 마산합포구 월영아파트종점을 기점으로 마산여고 → 석전사거리 → 대림아파트 → 삼성창원병원 → 팔룡동주민센터 → 서부경찰서·원흥사 → 지귀상가 → 반송여중 → 대동백화점 → 안남초등학교 → 성산구 대방동종점을 돌아 다시 월영아파트종점으로 돌아오는 노선이다.

◇불법주차 점령한 전용차로·정류장 = 마산합포구·마산회원구·의창구·성산구를 아우르는 105번 노선은 창원시 9개 시내버스 업체에 수익을 주는 '황금 노선'이다. 운행 횟수, 버스 대수도 많다. 하지만 시내 중심가를 운행하기에 정해진 시간에 운행을 마치지 못하는 대표 노선이기도 하다.

이 씨가 버스 운전대를 잡고 5시 53분 차고지를 나와 기점인 월영아파트종점으로 향했다. 원칙적으로 이 씨는 5시 58분 이 정류장에서 운행을 시작해 다시 출발점인 대방동종점 정류장에 7시 30분에 도착해야 했다. 월영동에서 두 번째 운행해야 하는 시각은 9시 34분.

경남대남부터미널 정류장에서 2명이 탑승했다. 첫 승객이었다. 이어 정류장마다 사람들을 태웠다. 출근하는 시민이 많이 타는 시간대였다. 인사를 건네는 승객도 눈에 띄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석전사거리를 지나 석전교사거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반갑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주정차 차량들이 버스전용차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상가 등이 밀집한 지역의 버스정류장 주위에도 주정차 차량이 늘어서 있었다. 정류장 가까이 버스를 댈 수 없었다.

출근길 차량 소통은 원활하지 않았다. 창원시청·한서병원 정류장을 전후로 막혔다. 대방동종점 직전 정류장인 대방덕산2차아파트에 다다라서 모든 승객이 내렸다. 7시 25분이었다.

▲ 14일 오후 105번 시내버스 운전사 안영복 씨가 버스를 몰고 정류장에 들어서고 있다.  /류민기 기자
▲ 14일 오후 105번 시내버스 운전사 안영복 씨가 버스를 몰고 정류장에 들어서고 있다. /류민기 기자

◇휴식시간도 없이 바로 운행 = 휴식할 시간은 없었다. 대방동종점 정류장에서 7시 30분에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회차지로 들어온 이 씨는 화장실도 다녀오지 않고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이 씨는 해운동 영업소로 되돌아가서 밥을 먹고 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체됐다. 출근길 도로는 차량으로 가득했다. 정류장마다 학생·직장인 등이 버스를 탔다. '장애물' 불법 주정차 차량은 여전했다. 버스정류장 인근 택시정류장도 마찬가지였다.

월영동을 거쳐 영업소로 들어온 시각은 9시 11분. 9시 34분에 다시 운행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20여 분 정도. 차량을 청소하고 화장실을 다녀온 이 씨는 "급하게 먹으면 탈이 난다"며 굶는다고 말했다.

잠시 숨을 고른 이 씨가 마지막 운행을 시작했다. 대방동까지 가서 11시 4분에 출발해야 했다. 이 씨는 첫 운행 때와 달리 이용객도 줄고 차량 소통도 원활해질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차시간은 부족했다. 11시 4분에 딱 맞춰 대방동에 도착했다. 또다시 쉬지 못하고 되돌아왔다.

◇배차시간에 쫓기는 버스 기사 = 오후 근무자 노동강도는 오전보다 더 셌다. 3번 운행하는데다 퇴근길도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월영동에서 출발해 대방동에 도착해 출발하기까지 배차시간은 평균 1시간 30분이지만 마지막 운행 때는 5분이 줄어들었다. 1분 1초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버스 운전사에게 시간은 '금'이다.

안영복(52) 씨는 운행 시각이 오후 1시 23분인데 허용 범위인 20분에 출발했다. 승객이 늘어났다. 정류장마다 승하차 승객이 있었다. 대방동서 다시 출발해야 할 시각인 2시 53분이 됐지만 버스는 4개 정류장이 남은 안남초등학교에 있었다. 2시 59분에 회차지에 들어선 안 씨는 화장실만 다녀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10분 정도 출발이 늦었다.

버스 운전사들은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심리적으로 쫓긴다. 105번을 비롯한 간선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들은 다른 시간대 출발한 버스와 간격 유지를 위해 배차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지 신호에 걸리지 않고자 황색 신호에 속력을 내고, 적색 신호로 막 바뀌었다면 지나치기도 한다. 법규 위반이다. 급정거·급출발하게 된다. 버스를 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정류장을 지나치면 무정차 통과했다는 민원이 들어온다.

오후 4시 48분 해운동 영업소에 버스가 들어섰다. 안 씨는 "한 바퀴 도는데 진이 빠진다"고 말했다. 두 번째 출발 시각은 5시 11분. 안 씨는 지금이 아니면 밥을 못 먹는다며 서서라도 먹어야 한다고 했다. 5분 만에 꾸역꾸역 밥을 삼켰다.

5시 3분 영업소를 나섰다. 두 번째 운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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