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는 악의 덩어리라 늘 조심해야 하는데
지도자 자처한 자가 말로만 다하려 드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 하더라도 말이 살아있는 세상과 말이 죽은 세상은 천양지차일 것이다. '아'와 '어'가 다르지만, 말은 '아'가 '어'가 되게도 하고 '어'가 '아'가 되게도 한다. 이처럼 말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 있는 것을 없다고도 하고, 없는 것을 있다고도 하고, 사람의 눈을 열리게도 하고, 사람의 눈을 멀게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것이 말이다. 그래서 신약성서 야고보서에서 '혀'를 두고 모든 것을 태우는 '불'이고 '악의 덩어리'라고 하는 것은, 말에는 실수가 따르기 때문이고 특히 말을 많이 하는 선생들에게 말을 조심하라고 하는 것도 혀를 길들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서 말을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 또는 음성기호'라고 하지만 말은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 줄을 놓아버리면 어떤 말이 나올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입에는 늘 재갈을 물려야 하고, 혹시나 정신 줄을 놓치더라도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는 말이 막말이 아니라 참말이 되고, 가시나 칼이 아니라 위로와 격려가 되려면 평소에 맑고 깨끗하고 진실하고 선한 것을 먹고 마셔야 한다.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이 온전한 사람이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야 선생이고 지도자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지도자로 자처하는 사람은 더더욱 말에 꼬투리가 잡히지 않아야 하고,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인기보다는 진실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말은 많이 하거나 목소리가 크거나 화려하거나 착상이 기발하다고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말은 뿌리는 대로 거두는 법이고 기교가 아니라 진실이 생명이기 때문에 진실이 있는 곳에는 마음이 모이기 마련이다.

말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지만, 말은 적을수록 좋고, 말 없이 이심전심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심전심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고 마음을 이어주는 것은 진실이라 이심전심은 이 땅에서 맛볼 수 있는 천국과 같은 것이다. 모두가 상상해 보라. 말이 없어도 마음이 통하는 가정·친구·일터·대한민국…. 이와 같은 감격과 황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말 없음이 가져다주는 선물일 텐데 어찌 스스로 앞선 자들이 말로만 모든 것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남과 북이 대립해 있는 상황임에도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아직도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면 진실로 정치가 필요한 때일 텐데 현실은 어떠한가? 국회는 문이 닫혔고, 정치는 실종된 채 정치인들은 연일 막말 잔치만 하고 있으니 이게 나라인가? 차라리 국회의원이 없는 나라는 어떨까? 하도 갑갑하니까 이런 생각조차도 하게 되지만 이 나라 정치판이든 어디든 말 많은 자, 막말하는 자, 말로 장난치는 자는 말로 망하고, 침묵하고 진실하고 말을 두려워하는 자가 일어서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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