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는 고맙고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이다. 난폭운전이나 불친절을 일삼는 일부 운전기사와 몰지각한 일부 승객의 불편한 행태들이 있지만, 대부분 큰 불편함 없이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직접 운전하는 것을 즐기지 않아 타 도시에 갈 때도 버스나 기차를 주로 이용하고, 그곳에서도 택시보다는 시내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한다. 미리 노선 번호와 환승 구간을 검색하고 가면 낯선 곳에서도 대중교통 이용에 큰 불편이 없다.

서울에 가면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얼마 전 지하철로는 환승을 여러 번 해야 하는 곳에 가느라 시내버스를 타게 됐다. 처음 가는 곳이었지만, 헤맬 필요가 없었다. 버스 내에 설치된 전광판 덕분이었다. 서울 시내버스가 창원 시내버스와 확연히 다른 점 하나가 이 전광판이다. 버스 안 전광판에 이번 내릴 곳과 다음 내릴 곳이 띄워졌다. 며칠 전 창원에서 탄 버스는 안내방송 소리가 무척이나 작았다. 더구나 잘 가지 않던 곳에 가는 길. 대충 내릴 곳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느끼고 방송에 귀를 기울이니 소음 속에서 희미하게 '회산교'라는 소리가 들렸다. '삑.' 벨을 눌렀는데 좀 이상하다. 아직 주위 풍경이 모르는 곳이다. 생각해보니 '회산교'라는 단어 다음에 "다음 내리실 곳은~"이라는 안내가 들리지 않았다. 한 구간 앞이구나…. 잘못 눌렀다.

서울에서는 이런 실수를 할 우려가 적었다. 라디오 소리와 승객 떠드는 소리와 버스에서 나는 각종 소음 속에서 귀를 바짝 세워 안내 방송에 집중하지 않아도, 시선을 돌리면 버스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쯤인지 알 수 있었다. 낯선 곳에서도 전광판 덕분에 시내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고 구호를 외치고 각종 거창한 정책을 내놓는 것도 필요하지만, 소소하지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작은 것이지만 승객들의 편의에는 큰 도움을 주는 전광판. 창원에는 언제쯤 도입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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