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신변 보호 요구 무시
관련 11명 시민감찰위 회부

진주에서 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친 방화·살인사건과 관련해 범행 발생 전에 피해자들의 여러 차례 도움 요청에 미흡했던 경찰 대응이 사실로 확인됐다.

경남지방경찰청은 13일 '진주 방화·살인사건 관련 경찰조치에 대한 적정성 여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피의자 안인득(42)과 관련해 8차례 신고가 있었음에도 소극적이거나 안일하게 대처한 점을 공식 인정했다. 그러면서 관련 경찰관 11명을 시민감찰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피의자 윗집에 살던 ㄱ 씨는 지난 2월 28일 층간소음으로 안인득이 계속 찾아온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격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출동 경찰은 단순한 이웃 간 불화로 보고 화해를 권고만 했다. 또 담당 경찰관은 ㄱ 씨에게 행정입원에 대한 절차도 잘못 설명했다. 진상조사팀은 경찰관이 관련 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4월 17일 방화·살인사건 발생하기 한달 전인 3월 12일에는 안인득이 ㄱ 씨의 조카를 뒤쫓아와 욕을 하고 집 앞에 오물을 뿌렸다는 신고가 있었다. 경찰은 오물을 뿌린 것만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ㄱ 씨는 경찰에게 조카를 쫓아와 욕을 하는 장면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욕설은 녹음되지 않는다"며 영상을 보지 않고 무시했다.

이튿날 13일 ㄱ 씨는 또 신고했지만 경찰은 단순 계도조치만 했다. 14일에는 개양파출소 경찰관이 안인득 사건에 대해 범죄첩보를 작성해 진주경찰서에 제출했지만 공유되지 않고 서류처리만 된 것으로 드러났다.

ㄱ 씨의 딸은 진주경찰서 수사민원상담관에게 안인득이 자신의 사촌동생을 쫓아오고 집 앞에 오물을 뿌리는 영상을 보여주며 신변보호를 요구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변보호 신청을 받지 않았다. 다만, 당시 경찰관은 영상을 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실공방 여지는 남았다.

특히 안인득의 가족이 행정입원을 문의했지만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도 밝혀졌다. 안인득은 지난 3월 10일 한 식당 앞에서 특수폭행 혐의로 체포됐는데, 당시 안인득의 형이 경찰에 강제입원을 문의했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에 문의하라고만 답했다.

경찰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경찰관 31명을 38차례 조사했고 이 중 11명을 경남경찰청 인권·시민감찰 합동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위원회는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조사 의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은 위원회가 정한 감찰조사 대상자에 대해서는 다시 감찰을 벌여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은 제2의 안인득 사건을 예방하고자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보를 관련 기관이나 센터가 경찰과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신고자 불안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고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당시 행정입원을 검토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자·타해 위험 예방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못하는 미흡한 점이 있었으며 추후 정신질환으로 인한 강력범죄 재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경찰관 교육을 강화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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