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안 다니면 같이 놀 친구가 없어요.” 본보 8월 15일자의 ‘저요!’기사는 우리사회 과열경쟁교육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여름방학 중이지만 유치원생에서 고3학생까지 방학이란 없다.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다. 그러나 한국의 경쟁력은 일류대학이고 모두들 그곳으로 가기 위해 쉴 틈이 없다. 서울의 어떤 학부모는 중학교 2년생 아들을 영어·수학 등 4개 학원에 보내고, 초등학교 5학년 딸도 국어·영어 등 5개 학원에 수강시키고 있다고 한다. 1개월 학원비가 “아들 55만원, 딸 80만원 가량 들어간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자녀를 둔 가정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의 학원수강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이 펴낸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문리계열 학원의 초등학생 수강인원과 유치원생의 학원 수강도 지난해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같은 기간 동안 중고교생의 학원수강인원에 비해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의 학원수강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지난 6월말 사설학원 수도 모두 6만1704개로, 지난해말 6만1202개보다 500여개 늘어났다.
날마다 10개가 넘는 학원이 새로 생기고 있는 셈이다.
열 가정중 한 가정 꼴로 빚을 내거나 집을 팔아서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가계생활비 중 교육비가 평균 23.4%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는 새로울 것도 없다. 또 전체 교육비 중 사교육비(학원비와 과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이른다고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 평균 소득 7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경우 17.5%가 금융기관대출·사채 등 빚으로 교육비를 충당한다고 응답했다. 월 평균 소득 71만~100만원의 가계중에는 12.5%, 101만~150만원 소득가계는 8.1%, 151만~200만원 소득자들 중에는 5%가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빚을 낸다고 한다. 한계상황에 이른 이러한 현상을 두고 마치 당연한 일처럼 모두들 외면하고 있다.
책임을 져야할 교육부조차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 목적고 지정을 확대하는 등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교육은 없고 시험준비만 있는 나라에서는 경쟁력강화란 기대할 수 없다. 일류대학을 나와야 사람 대접받는 풍토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유치원생까지 학원으로 내몰리는 과열입시경쟁은 우리사회가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