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근성으로 부상도 메치고 국대 꿈 한 발짝

유도하면 몸집이 큰 선수들이 옷을 풀어헤친 채 싸우는 모습이 떠오른다. 지난 7일 남해무도관에서 만난 유도 유망주 김지나(13) 학생은 또래 1학년 여중생들처럼 보통 키와 체격이었다.

하지만, 겨루는 모습은 다부지고 날렵했다. 눈매도 매서워 다른 선수와 대적할 때는 눈빛으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것 같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무도관까지 버스로 1시간가량 거리를 매일 오가면서 연습을 거듭하며, 국가대표를 꿈꾸고 있다.

◇초등학교 때 적성 찾아 = 김지나 학생과 함께 만난 김태홍(38) 남해여자중학교 유도 지도자는 유도 시작 때부터 지나에게 운동을 가르쳤다고 했다.

김 지도자는 "지나는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개구쟁이였다. 남학생과 싸워도 지지 않을 정도로 힘도 셌다. 4년 전 지나가 다녔던 설천초교 교장 선생님이 저를 찾아오셨다. 힘이 세고 운동 신경이 남다른데 유도를 배우면 어떨지 물었다"고 했다.

설천초교에는 특정 운동 종목을 배우는 학생이 없었다. 그런데 지나가 4학년이 되던 해에 교장 선생님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방과 후 수업에 유도반이 개설됐다. 체육회가 하는 신나는 토요스포츠 교실도 생겨났다.

▲ 김지나 남해여자중학교 유도 선수가 업어치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김 지도자는 "설천초교는 전교생이 50여 명에 불과하다. 당시 교장 선생님이 운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 돈을 들이지 않고 지원받을 수 있게 적극적으로 고민해서 도왔다. 그래서 전교생 20여 명이 유도를 배웠다. 학교에서 유도 매트도 사고, 도복도 구비해줬다. 다른 도시처럼 학교 근처에 태권도 학원조차 거의 없는 지역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애쓰셨다"고 설명했다.

김 지도자의 설명을 옆에서 함께 듣던 지나는 빙긋이 웃었다. 지나는 "교장 선생님이 유도 한번 해볼래? 라고 하셔서 유도를 시작하게 됐다. 몸을 쓰고 활동적인 운동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적성에 잘 맞았다"고 했다.

운동을 하면서 학교생활에 적극성을 발휘했던 지나는 전교어린이회 부회장도 맡아서 리더십을 펼쳐보였다.

 

◇우승 기록 쌓아 = 지나는 1주일에 한번 2시간가량 하는 방과후 수업, 토요스포츠 수업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5학년(2017년) 때부터는 남해무도관에서 유도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우승을 비롯한 입상 기록도 쌓였다. 2017년 3월 제29회 경남호국유도대회 겸 제46회 전국소년체전 최종 선발전 여자초등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해에 경남도 초·중학생 종합체육대회 여자초등부 3위, 제10회 사천시장기 경남유도대회 여자초등부 1위, 2017 회장기 전국유도대회 여자초등부 3위, 제7회 창원시장배 유도대회 여자초등고학년 2위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이듬해 2018년에도 순천만 국가정원컵 전국유도대회 3위, 경남도 초·중학생 종합체육대회 여자초등부 1위,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자초등부 3위 등을 기록했다. 올해는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중등부 경남대표로 출전했지만, 전국 2·3학년 선배들 사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왼손잡이 장점 = 매일 혼자서 자주 오지 않는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거리를 운동하러 다니는 지나. 설천면 집에서 먼 거리에 있는 남해여중을 선택한 것도 유도 때문이었다. 남해무도관은 남해여중에서 가깝다. 남해여중 등 인근 학교에서 유도를 배우는 학생들이 남해무도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나는 집에서도 남동생과 함께 체력 훈련을 할 정도로 운동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지나는 "5학년 남동생이랑 달리기 시합을 종종 한다. 달리기는 동생이 빨라서 하다 보면 이겨야겠다는 승부욕이 생긴다. (웃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7시 조금 넘어서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한참 걸어와야 학교에 도착하지만 학교생활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지나 남해여중 유도 선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유도를 하면서 힘든 점이 많을 것 같다고 묻자, 운동을 하지 못할 때라고 했다. 지나는 "운동을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 줄 때, 감기 걸리거나 발목 등 부상을 입었을 때가 힘들다"고 말했다. 유도를 하는 데 땀이 나거나 시야가 안 보여서 시합에 방해받지 않고자, 유도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줄곧 짧은 커트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김 지도자는 지나의 장점으로 의지, 투지를 꼽았다.

올해 소년체전에서도 경기에서 그냥 진 게 아니라 연장전을 거듭한 끝에 아깝게 지고 말았다고 했다. 유도 선수 10명 중 1명이 왼손잡이인데, 지나는 그 장점까지 갖췄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와 자세가 달라서 대다수 오른손잡이 선수와 대결할 때 유리하다.

어떤 선수가 '롤모델'이냐는 물음에 함께 운동했던 선배 언니를 꼽으며, 남해여중에서 유도를 했던 세 살 차이 나는 '나현이 언니'를 닮고 싶다고 했다. 언니와 겨뤄서 지고 나면 펑펑 울기도 했단다.

지나는 유도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올림픽에도 출전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도움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84-9093-07(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5월 16일 자 드림스타 22편 주지훈 진해 동진중학교 학생에게 후원금 526만 2000원(BNK경남은행 500만 원 특별후원)이 들어왔습니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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