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중국발'왜곡된 인식 팽배
화살 외부로…정부·기업 책임 소홀
화석연료·쓰레기 소각 문제는 여전
'마스크'아닌 근원적 대책 고민 제안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다소 느슨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창문을 열어 시선을 멀리 두고 공기를 살핀다. 휴대전화를 켜고 미세먼지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한다. 방 안의 공기청정기는 밤새 열심히 돌아갔다.

선택할 수 없는 공기가 어느 순간 공포가 되면서 습관처럼 반복되는 일상이다.

누군가는 핵보다 미세먼지가 무섭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 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미세먼지 마스크, 공기정화식물, 공기청정기, 차량용 공기청정기, 미세먼지 클렌저, 미세먼지 샴푸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 관련 상품들이 쏟아진다.

그럴수록 궁금했다.

▲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장재연 지음.

미세먼지는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매년 가고 있는가. 창문을 걸어 잠그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것만이 최선일까.

서울시 미세먼지 데이터를 분석한 박사학위 논문을 1988년 발표한 이후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문제를 꾸준히 연구함과 동시에 30년 넘게 환경운동을 이어온 장재연 교수의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2019)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만 있고 대책은 없다. 공포는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생긴다. 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고 믿을 때 공포는 더욱 커진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과도한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미력이나마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개인블로그에 글을 쓰고 강연을 하러 다녔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왜곡된 언론 환경과 정부, 학계 외면과 따돌림을 받아왔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더 열심히 강연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그렇게 쌓인 글과 강연한 내용을 정리해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학계와 정계, 언론, 그리고 시민들까지 신봉하고 있는 '미세먼지 = 중국발'에 대한 실체를 밝히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1부 '먼지와 과학 - 공포가 된 공기, 과학으로 자세히 읽기'에서 데이터와 자료 등 수치에 근거해 지금이 역대 최악의 수준이라고 믿는 미세먼지에 대해 촘촘히 '팩트 체크'한다.

2부와 3부에서는 '미세먼지 = 중국발'이라는 프레임을 경계하고, 잘못된 뉴스의 생산과 확산에 대해 우려한다.

미세먼지를 화석연료로 쓰레기 소각 등 우리 생활과 산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지 않고 모두 이웃 나라에서 온 것이며 우리는 피해만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이 마치 미세먼지 천동설과 같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미세먼지 천동설은 지난 5년간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고 공포에 떨며 이웃 나라에 대한 분노만 키웠을 뿐이라고. '미세먼지 = 중국발'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니 기업이나 국민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실천이나 정부 정책에 협조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미세먼지를 줄이기보다 미세먼지에서 어떻게 우리 가족을 보호할까라는 각자도생에만 몰두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공기청정기를 한 대 더 돌리기 위해 전기가 더 필요하고, 일회용 마스크가 매일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잊은 채 말이다.

4부에서는 '공기가 왜 개인의 책임이 되었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공기가 모두의 것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저자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부단한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지금과는 그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세먼지 원인을 대부분 중국에서 찾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오히려 책임을 외부로 돌렸을 때 생겨나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자의 꼼꼼한 팩트체크에도 수년간 '역대 최악, 공습, 사망' 등의 뉴스에 익숙해지다 보니 실제 측정자료와 인식 사이에 엄청난 괴리감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2013년 환경부가 불장난하듯이 시작한 중국발 미세먼지 절대 영향론은 이후 대한민국 미세먼지 관련 정책, 연구, 산업, 시민 행동까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개선되지 않았다. 사태의 본질이 왜곡됐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국민이 미세먼지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지난 5년 동안 미세먼지 천동설의 주역들은 풍부한 연구비와 엄청난 매출 그리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이런 정의롭지 못한 시대를 이제는 끝내야 하지 않을까?" (117쪽)

동아시아 펴냄, 324쪽,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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