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비상망치 한계 인식 폐차장서 유리 깨며 시험

지난 2006년 10월 경부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가 차로 변경을 하던 중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가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는 큰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버스 출입문은 방호벽에 막혀 열리지 않았고, 버스 안에는 유리를 깰 수 있는 비상 망치가 있었지만, 승객들이 찾지 못해 무용지물이었다.

이 사고를 지켜본 골든타임 김진선(30) 대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교통사고 때 긴급탈출에 도움을 주는 차량용 유리파손장치를 구상했다. 당시 미용학원 강사였던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골든타임'이라는 스타트업을 홀로 시작했고, 7개월 만에 차량용 유리파손장치를 개발해 최근 출시했다.

▲ 자동차 유리 파손 도구를 생산하는 업체인 골든타임 김진선 대표. /김구연 기자 sajin@

김 대표가 골든타임을 시작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김 대표에게 이런 제품을 제작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처음 제안한 사람이 아버지였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창원SK테크노파크에서 공정 자동화 전문기업인 세민테크를 운영 중인 김강희(56) 씨다.

김 대표는 "미용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아버지께서 단 한 명이라도 생명을 살리는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힘을 보태줘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부터 설계, 시제품 제작까지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고, 골든타임 사무실도 아버지 회사 한쪽에 마련했다.

김진선 대표의 이런 아이디어는 지난해 '대한민국 기술혁신형 사업'에 채택돼 5500만 원의 정부 지원을 받고 구체화됐다.

지난 10일 출시한 골든타임은 각종 사고 시 유리를 깰 수 있는 파쇄 핀과 안전벨트 커팅 장치를 강화해 누구나 쉽게 차량 문 유리를 깰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크기도 62×48×118㎜로 작고, 무게도 53g으로 가볍다.

기존 열쇠고리 형태로 제작된 제품은 분실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했다. 골든타임은 평소 차량 내부 선바이저에 꽂아두었다가 응급 상황에서 이용이 수월하도록 제작됐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폐차장을 찾아 국산차와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안전성 테스트도 거쳤다.

김 대표는 "폐차장에서 깬 차량 유리만도 100장이 넘을 것"이라며 "요즘 대부분 차량에 선팅 필름이 시공되어 있는데, 미는 힘만으로도 손쉽게 차량 유리를 깨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긴급상황에서 누구나 유리창을 깨고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에어백이 터지고, 비좁은 공간, 차가 찌그러지는 등의 여건에서 차량 유리를 깨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힘이 약한 여성이나 어린이, 노약자는 비상시 탈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 53g 중량의 차량용 유리파손장치. /김구연 기자 sajin@

골든타임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제품 설계에서부터 내구성과 유리 파쇄력을 고려해 제작했다. 또한, 제품 개발 후 성인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쳐 다양한 위급상황에서의 사용 범위와 그 성능을 입증했으며, 버스용 유리, 지하철 유리 등을 파손할 수 있는 기술 특허까지 출원 중이다.

김진선 대표는 "우리 제품은 위기 상황에서 탈출을 못해 죽는 사고는 앞으로 없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만들었다"며 "차량용 탈출 장비를 통해 인명사고를 미리 방지하고, 정부의 교통안전정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착한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골든타임' 제품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기념품·사은품으로도 활용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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