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과 '피신조서'
형사소송법 개정해 제한 추진
경찰 "자백 강요해 인권 침해"
검찰 "실체적 진실 발견 효과"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이하 피신조서)'에 대해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문제도 화두다.

피신조서는 검찰과 경찰이 피의자를 조사해 문답 형식으로 만든 문서다. 경찰이 피의자를 조사하며 작성하는데, 검찰이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다시 작성되기도 한다.

경찰이 작성한 피신조서는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반면 검찰의 피신조서는 피고인이 재판에서 번복하더라도 적법한 증거로 채택되고, 또한 강력한 증거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중·강압 수사', '짜맞추기', '조서재판' 등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합의문에는 "검사 피신조서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변경한다. 다만, 법원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보완책을 마련한다"고 돼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지난달 논평에서 "그동안 검사 피신조서에 과도하게 의존해 공판중심주의가 부실했었다. 국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라 자백을 받아내고자 단행됐던 인권침해적 조사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경찰 "제한해야" =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지난 11일 경찰청 페이스북에 검찰의 피신조서 증거능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세계 여러 나라가 피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만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피신조서는 증거보다 '진술'에 의존하게 돼 자백을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수사 관행으로 인권을 침해할 우려도 크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피의자에게 경찰관이 100여 차례 '거짓말' 운운하며 추궁한 것을 '자백을 강요한 인권 침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피신조서 증거 채택 제도는 일제강점기에 도입됐다. 식민통치를 위한 제도였고, 광복 이후 형사소송법에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했다.

여러 수사 경찰관도 같은 의견을 냈다. "검찰의 논리대로면 경찰의 피신조서도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된다. 그러면 수사도 편하고 재판도 수월하다. 그러나 피의자에게 자백을 요구하며 강압적으로 대하거나, 짜맞추기식으로 피신조서가 꾸며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을 위해서는 검·경 피신조서 모두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면 안 된다."

◇검찰 "유지해야" = 창원지방법원 법관·재판연구원과 검찰·변호사회 등이 지난달 20일 합동으로 개최한 판례연구회에서는 피신조서에 대한 검찰의 시각을 볼 수 있었다.

창원지방검찰청 한 검사는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활용에 대한 고찰' 발제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는 실체 진실 발견 등에 들어맞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지할 가치가 있다"며 "조서 진정성과 수사절차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피신조서의 이중 조사 지적에 대해서는 2013년 대검찰청의 <검사의 보완조사 실태분석> 연구 과제를 근거로 "검찰의 보완조사 과정에서 10명 중 1명이 경찰의 조사과정 잘못이 고쳐졌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2013년 10~11월 전국 검찰에 송치된 사건 6만 6269건 가운데 피신조서가 작성된 것은 6.52%(4324건)에 불과하다고 했다.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피의자 5032명 가운데 14.7%(742명)가 진술을 번복했고, 보완조사로 경찰의 송치의견과 다른 결정을 한 비율이 4324건 중 10.5%(457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중 조사는 실제 많지 않으며, 오히려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의자 인권보장에 들어맞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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