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임협 1년째 지지부진
효성 총수일가 잇단 비리
노조, 상여금 쪼개기 비판

효성중공업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이 1년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효성그룹 총수 일가가 탈세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터지자 노동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효성창원지회는 12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효성중공업 사측이 최저임금법을 피하고자 상여금을 쪼개 기본급에 넣으려 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총수 일가가 최근 탈세를 비롯한 배임·횡령 등을 일삼으며 수천억 원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근거로 들며, "'경영정상화'란 핑계로 노동자를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주식 재매수 대금 마련을 위해 자신이 대주주인 개인회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을 하도록 해 179억 원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 2008년부터 2009년 개인 자금으로 구매한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에서 비싸게 사들이도록 해 12억 원 차익을 얻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과 별개로 국세청은 지난 2월 시작한 효성그룹 세무조사 결과 3000억 원 규모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

그룹 총수가 비자금을 축적하는 사이 효성중공업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본급을 받는 현실에 처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18년 입사자 등 현장 노동자 368명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기본급을 받고 있다. 사측은 연차에 따라 1인당 5만 원에서 19만 원씩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만 58세 이상 노동자 43명도 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인원은 효성중 현장노동자 800여 명 중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런 문제가 생기자 사측은 상여금 800% 중 600%를 14회로 쪼개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넣어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자고 노조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상여금 800% 중 600%를 산입범위에 넣으면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실질임금이 하락한다며 거부하고 있다.

▲ 금속노조 효성창원지회가 12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법망을 빠져나가고자 상여금을 기본급에 산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효성중공업을 규탄했다. /박종완 기자

 

노조는 사측과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94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최저임금 미달상황 해소를 위해 상여금 기본급화와 함께 기본급 2% 인상과 고정 OT(추가근무수당)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핵심 쟁점사안인 상여금 600%를 14번으로 나눠 지급하는 것은 최저임금법만 피하면 된다는 사측의 입장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고정OT는 현장노동자를 제외한 모든 부서에 해당하는 사안인데 왜 현장노동자만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라며 말했다.

이에 사측은 임금을 인상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사측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임금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임금을 올려주기 어려운 게 현 경영상황이다. 노조 주장을 수용하기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노조는 최저임금 꼼수가 아니냐고 하지만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기본급 인상은 감당하기 힘든 여건"이라고 말했다. 또 "600% 14회 분할도 각종 기본급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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