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페놀사태 이후 수질 두고 지자체 논쟁 이어져
부산시 '개선 비관론'속 남강댐 물 요구했다가 물러서
물관리기본법 시행 발맞춰 유역 중심 정책 협력 기대

낙동강은 혼란스러웠다. 낙동강을 어떻게 이용하고 보전할지를 둘러싼 의견 대립은 첨예했고, 정치세력 간 지자체 간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일례로 MB(이명박) 정권 시절 4대 강 공사가 한창일 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영원히 낙동강 수질 개선을 포기하자는 것이냐'는 우려가 드높았다.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면서도 수질 악화가 불 보듯 뻔한 4대 강 공사를 강행하려는 저의를 모르겠다는 반발이었다.

때를 같이해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부산시는 '남강댐 물을 나눠 먹자'는 정책적 요구를 끊임없이 제기한다. 한마디로 '낙동강물을 더는 마시지 못하겠다'는 뜻이 이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불거진 낙동강 수질 논란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던 차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정비가 본격화됐다. 정부는 지난해 '물관리일원화'라는 대원칙을 천명했고, 그 결과물인 '물관리 기본법'이 제정됐으며 13일부터 시행된다.

▲ 지난해 8월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부근 강물이 녹색으로 변한 모습. 녹조가 가득한 낙동강과 사람들이 창녕함안보 자전거길을 평화롭게 달리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경남도민일보 DB

 

◇낙동강 물 논쟁 = '환경의 날'이었던 지난 5일 해묵은 논란 하나가 종결됐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제 남강댐 물은 경남도와 지역주민이 동의하지 않는 한 요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낙동강 수질 개선을 논할 때 '남강댐 물 부산공급' 문제를 빠트릴 수 없다. 부산시가 지난 25년 동안 '남강댐 물 부산 공급' 주장을 굽히지 못했던 건 '낙동강 수질을 개선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경남도의 물 정책은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심한 부침을 겪었다. 김두관 전 지사는 정부의 4대 강 사업을 반대하며 낙동강 수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홍준표 전 지사는 식수댐(지리산댐)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경남 동부권 도민 190만 명도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낙동강 수질 개선'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난제였다.

홍준표 전 지사가 부산시의 일관된 주장처럼 낙동강이 아닌 대체 식수원을 찾아 나선 케이스라면, 김두관 전 지사나 김경수 지사는 '낙동강 수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경수 지사는 오거돈 시장의 '남강댐 물 포기' 발언 후 "부산시의 발표를 환영하며, 낙동강 수질 개선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야흐로 정부와 지자체가 한목소리로 낙동강 수질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당연한 모습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이 당연한 노력이 그동안에는 이뤄지지 않았던 게 '낙동강의 비극'이기도 했다.

◇수질 개선 정책 어떻게 추진되나 = 문재인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은 그동안 국토부와 환경부가 나눠서 처리했던 물정책을 환경부가 주도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지리산댐 등을 포함한 대형댐 건설 계획을 전면 철회한 바 있으며, '물관리기본법'을 제정·공포하기에 이른다.

13일부터 시행되는 '물관리기본법'은 통합 물관리의 법적 기반이 되는 최상위 법률로서, 국가 차원의 통합적 물관리를 위해 다양한 참여·협력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또한 유역 중심의 물관리 체계가 정착되는 첫걸음의 의미를 지닌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물관리기본법이 시행되면 '국가 물 관리위원회'와 더불어 '낙동강 유역 물관리위원회'가 설립된다.

낙동강유역위원회는 경남·부산·울산·대구·경북 5개 지자체를 포함해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관련 공공기관이 총망라되고, 전문가와 주민 대표 등도 참여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물관리 계획을 변경하려면 반드시 국가 물관리위원회나 각 유역 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는 6월 중 출범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착수했으며, 올해 안에 최종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정부는 낙동강 수질개선 방안을 도출함은 물론, 각 지역 간 이해관계를 수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는 "정부 차원에서 낙동강 수질 개선과 식수원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하는 연구 용역에 경남도도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다함께 누리는 낙동강, 안전하고 건강한 물환경 조성'이라는 비전 하에 현재 2등급인 낙동강 수질을 2025년까지 1등급으로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와 함께 약 2조 708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경남도는 올해 1626억 원을 투입해 다양한 낙동강 수질 개선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당장 하수처리장 41개소를 건설하고 하수관로와 가축분뇨 공공처리 시설 등을 확충할 예정이다. 또한 낙동강 유입 하천인 의령천과 양산천 등 9개소에서 통합·집중형 오염하천 개선 사업을 추진한다.

조용정 경남도 수질관리과장은 "낙동강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하고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한 환경부 용역안이 도출되면 수질개선 사업은 본격화될 것"이라며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 등 당장 갈수기를 대비해 경남도 차원의 노력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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