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갑질 피해' 증언대회
급식 조리실무사·스포츠강사 등 일터 개선 목소리

"2016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학교는 대체인력 인건비가 없다고 8시간 전일 근무자인 내 자리에 2시간짜리 시간제 대체 인력을 채용했다. 유급 병가 한 달 동안 동료에 대한 미안함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은 병가를 포기하고 바로 휴직에 들어갔다. 16년 일하다 암으로 병가를 냈는데 동료를 괴롭히니 내 인건비를 줄여서라도 충원을 도와야 했다."(김명희·19년차 조리실무사)

"2년 전 4학년 뇌병변 장애 2급 남학생을 담당해 지원하는 일을 했다. 1박 2일 수련활동을 다녀왔는데 처음에는 출장자 명단에도 내 이름이 없었다. 물어보고 나서야 시간 외 근무를 4시간 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낮이고 밤이고 장애학생을 돌봤다. 그런데 행정실에서 담임교사들은 시간 외 8시간을 적는 걸 보고 모욕감과 분노가 치밀었다. '너는 종류(비정규직) 다른 사람이니깐 고생을 한 건 알지만 그만큼만 받아'라고 하는 것 같았다. 비정규직의 노동은 돈이 있으면 챙겨주고, 없으면 안 줘도 되는 노동인가?"(이명숙·7년차 특수교육실무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12일 학교비정규직 산업재해·갑질 피해 증언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열린 이날 증언대회에 참가한 특수교육실무원, 초등스포츠강사, 치료사, 급식 조리실무사, 영양사 13명은 학교에서 당하는 산재·갑질 피해를 성토했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12일 오후 2시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학교비정규직 산재·갑질 피해 증언대회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10년차 특수교육실무원인 이모 씨는 한 초등학교에서 뇌병변 1급 여학생을 입학부터 졸업까지 돌봤다. 일주일에 4회는 휠체어 무게와 합쳐 60~70kg을 계단으로 오르내리면서 허리·목 디스크, 손목터널 증후군, 무릎 연골파열, 양 어깨 근육 파열, 척추협착증, 손가락·발가락 관절염을 동시에 진단 받았지만 손목터널 증후군과 어깨 근육 파열만 산재 인정을 받았다. 이 씨는 "다른 병은 퇴행성이란 이유로 승인되지 않았다. 장애 학생을 지원하다가 다른 어떤 사람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좋다는 것인지, 비정규직인 특수교육실무원의 건강과 생명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인지 비참하다"고 말했다.

이병일 씨는 7년차 초등스포츠 강사다. 이 씨는 "실제로는 체육전담을 하고 있지만 문서상에는 '보조', 인식은 '계약직 나그네'다. 학교 관리자들은 초등스포츠강사가 체육수업을 전담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내세운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가 사용임에도 방학 때 사용하라고 강요하고, 1년마다 재계약을 앞두고 반 협박하며 여성 초등스포츠강사에게 '운동을 해서 몸매가 죽여준다'는 등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초등스포츠 강사를 교사·공무원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공무원처럼 급여를 많이 달라고 떼쓰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 애쓰지는 마라. 다만, 고용 불안이 여전하고 해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으니 한 번 생각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은 안전 문제와 학교장 갑질 문제를 쏟아냈다. 16년차 조리실무사인 박쌍순 씨는 "기간제 영양사 선생이 부임하자 정규직 영양사가 있을 때는 아무 말 없이 식사만 하던 교장의 갑질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1인당 150명분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이 학교에서 교장은 누룽지를 끓여서 내라고 했다. 특별한 사람들이 급식소로 오면 그날 식사와 숭늉을 쟁반에 따로 차려서 지정된 자리에 가져다 달라고 한다. 어른들만을 위한 메뉴로 텃밭의 채소를 따서 겉절이와 샐러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증언을 하며 "비정규직이라 말 한마디 못하고, 내가 한마디 했다는 이유로 다른 동료를 괴롭힐까 참았다"고 했다.

정혜경 학비노조 경남지부 정치국장은 "학교 비정규직의 사망·신체 절단 사고가 발생해도 몇 년 뒤에나 드러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가기에는 아직도 멀었다. 교육공무직만 콕 집어 여러 허드렛일을 시키는 일은 여전하다"고 학교 현장에서 비정규직이 처한 상황을 전했다.

조인환 조직국장은 "교육공무직이 투쟁을 하면 경남도교육청은 물론 시민은 또 돈을 올려달라는 것이냐고 인식하며 우리의 뜻을 왜곡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와 학교장을 공격하는 것으로 비칠까 증언대회를 미뤄왔지만 학교 문화를 바꿔나가고자 많은 비정규직이 용기를 냈다"며 "진행 중인 올해 임금 집단교섭에서 비정규직들이 사용자의 인식에서 겪는 수치와 모멸감을 줄여나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