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에 소극적인 민주당 도의원들
실효성 문제 정말 그런가 따져보자

요 며칠 전, 개인적으로 부탁할 것도 있고 해서 알고 지내는 분을 경남도의회 로비에 있는 실버카페 '카페愛 오다'로 모셨다.

아이스 카페라테를 반쯤 마셨을 무렵, 그가 말했다. "근데, 김지수 의장은 그냥 권한인 직권상정 못 한다고만 하면 됐을 텐데, 왜 경남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해 실효성 등을 언급했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김 의장이 잘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안타깝습니다."

바야흐로 '학생인권조례안'이 시즌2로 접어들었다. 조례 제정 반대 측이나 대다수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은 지난달 15일 교육위원회서 찬성 3, 반대 6으로 부결된 것을 상황 종료로 받아들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지방자치법 69조는 상임위서 부결되더라도 본회의에 부치지 않기로 보고된 날로부터 7일 이내(폐회 및 휴회 기간 제외)에 재적 의원 58명 중 3분 1 이상(20명 이상) 의원이 요구하거나 의장 직권으로 상정·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7월 19일(제365회 임시회 2차 본회의)까지 조례안은 살아 있다. '정치는 생물'이고,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본회의에 올려질 수 있다. 전적으로 과반을 차지하는 34명 민주당 도의원들의 손에 달렸다.

김지수 의장은 학생인권조례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근거로 조례 실효성 문제, 학교 현장 혼란 등을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김 의장은 지난해 9월 '조례에도 없는' 6개 도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를 경남도와 협약을 통해 진행한 바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당시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렇게 말했다. "인사청문회 도입의 안정적인 제도화를 위해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정에 맞게 다양한 방식의 인사청문회를 도입, 시도하는 것을 통해 법 개정을 강제해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에 대응해 마산시의회가 2005년 출석의원 전원 찬성으로 제정한 '대마도의 날' 조례는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이 조례 제정으로 일본이 우리에게 대마도를 되돌려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야기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다분히 지역민의 '의지와 각오 다지기용 조례'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학생인권조례는?

민병욱.jpg

때마침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김 의장에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학생인권조례의 관계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토론회를 개최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이 '끝장 토론 수용'으로 화답했으면 한다. 정치는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무기를 들고 싸우는 대신 대리인을 내세워 토론과 논쟁으로 이익 갈등을 조정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