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장 문이 열리면 남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반갑게 안부를 묻는 사람, 어색한 듯 멋쩍은 미소만 짓는 사람, 모든 것이 불평불만인 사람…. 남편들의 교육 전 다양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국제결혼을 한 다문화가족 남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가족을 위해 생업에 종사하다 모처럼 만의 휴일에 달콤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 채 내 아내,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육에 참여하였다. 교육 전 서먹했던 남편들이 서로 통성명을 하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다 자연스레 아내 이야기를 꺼내 든다.

"우리 마누라는 결혼 3년째인데 아직도 한국말이 서툽니더. 그기 어렵나?" "그거는 양호하네예. 우리 마누라는 귀화시험을 7년째 치고 있습니더." 그러다 한쪽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조심스럽게 대화에 동참한다. "저는 결혼 1년차인데 아직도 저희 집사람이 한국 음식을 잘 못 먹고 만드는 것도 서툴러요. 혹시나 건강을 해칠까 걱정입니다." 서로의 아내에 대한 불만과 고민거리를 풀어 놓다 보면 어디선가 삶의 멘토가 나타난다.

"다들 그기 먼 걱정입니꺼. 시간이 약입니더. 남편들이 조금만 여유를 갖고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서서히 변화되도록 잘 도와주이소. 수십 년을 딴 나라서 살다 왔는데 하루아침에 적응하모 그기 정상입니꺼. 그럴수록 아내 탓 말고 우리가 변해야 합니더. 결혼 15년차인데 저도 결혼 초엔 성격이 급해서 아내랑 생활하는 거 하나하나 맞춰 가는 기 어찌나 어렵던지…. 다문화센터도 없지, 오데 정보 얻을 데도 없지…. 참 많이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시간이 약입디더." 다들 공감은 되나 쉽게 인정하지 않는 눈치다.

그러다, 언론에 보도된 다문화가정 남편의 가정폭력, 아내 사망 사건 등 불미스러운 사건을 떠올리며 대다수 사람이 다문화가족 남편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다문화가족으로서 차별 아닌 차별을 느낄 때 되는 회한을 서로 토로한다.

두런두런 이야기 중에 강사가 들어와 남편 특화교육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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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16년부터 경남 도내 다문화가족 남편들을 대상으로 '아내 나라 문화 이해하기', '자녀 양육방법', '남편 공감대 형성을 통한 집단상담' 등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 주말의 여유를 반납한 남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이러한 사업이 지속·확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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