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희호 여사 유언 공개
여성·민주운동가 영면에
도내에도 분향소 7곳 설치

10일 별세한 고 이희호 여사는 유언을 통해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지난해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이 같은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김대중평화센터 김성재 상임이사가 11일 발표문을 통해 공개했다.

이 여사는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저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 여사는 또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라"고 유언했다.

이 여사는 유언의 집행에 대한 책임을 김성재 상임이사에게 부여하면서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은 김 상임이사는 발표문에서 "이 여사님의 장례는 유족, 관련단체들과 의논해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상임이사는 빈소가 마련된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문을 낭독한 후 "이 여사님이 지난 3월 20일 입원해 83일간 병원에 계셨다"고 설명했다.

▲ 11일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측의 조문단 파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연락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장례를 주관할 장례위원회는 위원장 3명에 위원 수백 명 규모로 꾸려진다. 공동위원장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 민주평화당 권노갑 고문이 맡는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4일이며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도 도내 7곳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12일 오전 9시부터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도내 분향소는 창원 만남의 광장, 김해 대성동 김해시민의 종 앞, 진주시청 앞, 양산종합운동장 입구, 거제시청소년수련관 광장, 남해군종합사회복지관, 통영 한산대첩광장 등이다.

1922년 태어난 이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캐릿대를 졸업했다. 귀국 후에는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교편을 잡는 한편 초대 대한YWCA 총무 등을 역임하며 여권 신장에 적극 기여하며 여성운동가로 활동했다.

상처한 김 전 대통령과 1962년 결혼한 뒤에는 정치적 동지로서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했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과 납치 사건, 내란음모 사건과 수감, 가택연금 등 군사정권 내 이어진 감시와 탄압을 감내했고, 1980년 내란음모 사건 당시에는 국제적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4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70대를 넘어선 나이에 '퍼스트레이디'로서 활발한 내조를 벌였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시 여성의 공직 진출 확대를 비롯해 여성계 인사 정계 진출의 문호를 넓힌 당사자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재야와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중심을 잡아왔고, 마지막까지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자리를 지키며 의욕적으로 대북 사업을 뒷받침해 왔다. /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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