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미등록 이주아동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못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물론 범죄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지난 2일 밀양에서 만난 이주아동 세 명은 무척이나 밝았다. 피부는 달랐지만 떡볶이를 좋아하는 그 나이대 한국아이들과 같았다. 부모와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느꼈던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코리안드림을 꿈꿨던 부모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긴 채 살았고,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차별을 받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주아동들에게도 출생신고를 허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치권에서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외국인 혐오여론이 극심한 상황에서 자칫 표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14년 당시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이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부모가 미등록 외국인이더라도 그 자녀에게 교육권, 의료권 등을 보장하자는 내용이 뼈대였다. 하지만 이 법안은 '불법체류자 양산법'이라는 비판과 재정부담 문제까지 겹치면서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미등록 이주아동도 국내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아동은 최소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정부로부터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국가가 되기를, 한국에서 태어난 소중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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