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개편안, 많이 써야 할인…없애면 1400만 가구 요금 인상
200 미만 사용 시 혜택 없고
소비 늘어 환경부담 가중 우려

2016년 여름,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전기요금 누진제는 그야말로 '핫' 이슈였다.

가전제품 보급 확대와 1인 가구 급증 등 경제·사회적 변화에 따라 누진구간과 누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2017년 기존 6단계 11.7배수의 누진 구조를 3단계 3배수로 대폭 완화했다.

1년 뒤인 2018년, 110년 만의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자 7~8월 두 달만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을 상한 조정해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그리고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3가지 안을 발표했다. 논란이 된 누진제 폐지안 비판에 대한 사실을 확인해봤다.

◇취약계층 부담 증가? 사실! =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3가지 개편안은 월 9900~1만 8000원 할인을 골자로 한다. 현재 누진 구조는 200 미만 구간은 당 93.3원, 201~400 구간은 187.9원, 400 초과 구간은 280.6원이다.

1안은 지난해 한시적으로 누진 구간을 상한 조정(200 미만→300 미만, 201~400→301~450)한 것을 상시화하자는 것이다. 2안은 400 초과 구간을 없애 2단계로, 3안은 누진제를 폐지해 당 125.5원 단일 요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3개 안 모두 200 미만 사용 가구에 대한 혜택은 없고 전기를 많이 쓰면 쓸수록 할인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17년 6단계에서 3단계로 개편한 후 가정용 전기부담은 12%(2만 7335원→2만 3938원) 줄었다. 여름철에는 17%(3만 6572원→3만 340원)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200~300 사용하는 구간은 요금 변동이 없어 누진제 개편 효과가 중상위층에 한정된다는 지적은 나왔었다.

3안은 전기를 적게 쓰든지 많이 쓰든지 125.5원을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200 미만을 사용하는 가구는 당 전기요금을 93.9원에서 31.6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취약계층 1416만 가구 요금은 인상된다. 반면 400 초과 가구는 당 280.6원에서 절반으로 내려간다.

◇에너지기본계획에 역행? 사실! =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을 심의·확정했다. 3차 계획을 살펴보면, 전기요금 체계개편 과제는 '원가 변동 요인과 외부 비용이 반영되는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 정립'이다. 외부 비용은 미세먼지, 기후 재앙, 에너지 관련 사회갈등 등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가격 신호를 통한 전력피크 관리 강화를 위해 계시별 요금제(계절별·시간대별 요금 단가 차등)를 현 산업·일반용 등 적용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계시별 요금제를 주택용까지 확대해 누진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력피크 기간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 방향은 반대로 여름철 가정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여서 에너지 관리 큰 틀과 엇갈린다. 수요 관리를 기본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누진제 완화로 전기소비 증가? 사실! = 그렇다면, 전기요금를 내리면 전기 소비는 늘어날까?

'2018 한전전력통계'에 따르면 판매전력량(전기 소비량)은 매년 늘었다. 가정용·산업용 등 2017년 전체 소비량은 전년 대비 2.6%, 2018년에는 3.6%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누진제가 완화된 지난해 주택용 전기소비는 6.3% 증가해, 전체 전기소비 증가율 3.6%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폭염에 서비스업 사용 증가율도 4.42%로 다소 높았지만 주택용보다 낮았다.

누진제 TF는 11일 서울에서 공청회를 연다. 이와 함께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수렴한 의견과 전문가·국민 제안, 비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권고안을 마련하고 정부와 한전에 제시할 계획이다.

한전은 이후 전기요금 공급 약관 개정안을 만들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인가요청 절차를 밟는다.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달 중 누진제 개편을 완료하고 이르면 7월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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