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가능한 사단법인과 함께
문화 접목해 기념행사 다양화
"과거-미래 잇는 원년 만들 것"

"호헌철폐, 독재타도!", "호헌철폐, 독재타도!"

1987년 6월은 뜨거웠다. 6월 9일 당시 연세대 학생이던 이한열(22)이 시위 과정에서 최루탄에 맞아 사경을 헤매면서 민주화 투쟁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경남도 마찬가지였다. 10일 마산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이집트 축구대회가 최루탄 가스에 중단되는 장면이 생중계됐는데, 이는 전 국민이 투쟁에 참여하는 촉매가 됐다. 17일 진주에서 경상대 학생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6월 항쟁은 전두환 정권이 6월 29일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을 앞세워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통한 1988년 2월 평화적 정권이양', '자유언론의 창달', '지방자치 및 교육자치 실시' 등 8개 항으로 된 시국 수습 방안을 발표하도록 만들었다.

32년이 흐른 현재도 6월 민주항쟁 정신은 살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래세대에 정신을 계승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박재혁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 상임대표는 2019년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박재혁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 상임대표가 10일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미래세대를 비롯한 시민과 접점을 넓히는 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가.

"2016년까지 기념식만 하는 데 한정됐다면 2017년부터는 시민과 함께하는 행사를 열고자 노력해왔다. 올해는 8일 창원 상남분수광장서 '유월청소년 창작가요제', 9일 만날고개 일원서 '걷기대회'와 함께 10일 경남대학교서 '기념식 및 표석 제막식'을 했다."

- 그럼에도 6월 10일 전후로 행사가 집중됐다는 생각이 든다. 연중 접점을 넓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소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SNS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창작가요제에 참가한 청소년들과 행사를 평가하고, 내년에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논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끼리 자발적으로 SNS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박 상임대표는 창작가요제를 기점으로 청소년·시민과 연중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모습이다. 누리집을 만들어 6월 민주항쟁 당시 경남지역 운동사를 소개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국적인 상황과 별개로 경남 6월 항쟁사를 엮어낼 수 있다고 본다.

"6월 항쟁 10주년 때 글과 화보로 나눠 발간한 적이 있다. 누리집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부족하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과제를 내줬다고 생각하고 경남 6월 항쟁사를 포함해 사업회에서 만들어놓은 자료를 접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겠다."

-예산 문제인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건 재정적 어려움이 많았다는 말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안정적이고 합법적으로 모금활동할 수 있도록 지난달 사단법인 경남6월항쟁기념사업회를 설립했다. 기획재정부가 인정해 후원금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본다."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는 지금껏 경남도 지원을 바탕으로 행사를 펼쳤다. 사업회 자체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박 상임대표는 모금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만날고개 걷기대회'도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걷기 행사가 아니라 문화행사를 접목하는 등 판을 키우는 방향이다.

-기념사업회는 기념사업을 통해 존재를 증명한다.

"맞는 말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걷기대회, 청소년과 함께하는 창작가요제를 통해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입되도록 하고 6월 항쟁 정신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6월에 한정해 사업을 펼쳐왔다면 이제는 일 년 내내 일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올해가 그 출발점이 되는 원년이라고 보면 좋을 거 같다."

-사업회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라고 본다.

"역사적 과제다. 사업회가 살아남느냐 살아남지 못 하느냐 하는 측면에서 볼 때도 올해가 중요하다."

박 상임대표는 민주주의 교육을 수행할 인력을 확충하는 것과 함께 관련 프로그램에 어떻게 투입할 것인가가 기념사업회에 주어진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업회는 민주화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인력을 발굴해 양성하고 있다.

-전문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해졌는가.

"교육청과 협의해 학교에서 특강을 한다든지, 관심 있는 사람을 모아서 자체적으로 교육한다든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선 사업회 자체적으로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후에 지방자치단체 등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회 체질을 개선하려는 모습이다.

"지난해 행사를 끝내고 평가하면서부터 노력해왔다. 우리 사업회가 한 단계 진전하느냐, 주저앉느냐 하는 것은 올해 사업을 평가하고 내년 사업을 어떻게 잘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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