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꾸밈 뒤에 진실한 사랑 있었네

여장남자를 소재로 한 영화 <투씨(Tootsie)>, 'It might be you'라는 주제곡이 좋았던 영화로 여장남자 주인공 역을 맡았던 더스틴 호프먼이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을 뻔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렇듯 성별로 인한 해프닝은 웃음을 선사하는 좋은 소재이기에 비단 영화뿐 아니라 모든 코미디 장르에서 단골 소재라 할 것이다. 영화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는 영화 <나홀로 집에>로 매컬리 컬킨을 크리스마스 키드로 만든다. 그리고 3년후, 지금은 세상을 떠난 대배우 '로빈 윌리엄스'를 60대 할머니로 변장시켜 다시 한번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가족

천의 목소리를 지닌 성우 다니엘, 그는 오늘도 애니메이션에 목소리를 입히고 있다. 하지만 지니고 있는 신념으로 스태프와 불화를 일으켜 결국 일자리를 잃고 만다. 더욱 가혹한 것은 아들의 생일을 맞아 열어 준 난장판 파티로 인해 그동안 참고 지내던 아내 미란다가 힘겹게 그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결국 법정으로부터 일주일에 한 번의 만남이라는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아이들 없이 하루도 힘든 그에게 있어 재앙 같은 상황, 하지만 그에서 찾아 온 황금 같은 기회가 있으니 바로 아내 미란다가 아이들을 돌볼 가정부를 구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천의 목소리)을 제대로 활용해 결국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다니엘, 이름이 뭐냐는 미란다의 질문에 잠시 당황하지만 언뜻 신문기사 '의심스러운 화재(doubt fire)'를 보곤 다웃파이어라는 이름을 생각해 낸다. 그러곤 할머니로 분장한 다니엘은 이제 다웃파이어라는 이름의 자상한 보모로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는데. 아직도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지만 곧 정성스러운 보살핌에 다웃파이어와의 생활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내 미란다도 잘 정돈된 집과 맛있는 음식에 만족하며 그녀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게 되고 그녀에게 접근하는 스튜에 대한 조언도 부탁하지만 당연히 좋은 말이 돌아올 리 없다. 이제 집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버린 미세스 다웃파이어,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오가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고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하던 그였지만 화장실에서의 남자식 일보기를 목격한 아들로 인해 들통이 나고 만다. 엄마에겐 비밀.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다. 거의 망해가는 공룡소개 프로그램을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가던 다니엘의 모습을 우연히 본 사장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자며 저녁식사를 약속하고 아내 미란다는 자신의 생일파티에 초대, 하지만 같은 장소에 같은 시간인 것이다. 꼭 지켜야 하는 두 가지 약속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다니엘, 화장실에서 급히 옷을 갈아입으며 사장과의 만남과 가족의 식사모임을 정신 없이 왔다 갔다 하지만 이미 취기가 오른 그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만다. 다웃파이어 분장으로 사장과의 테이블에 앉고 만 것이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사장에게 프로그램을 살릴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소개하는 기지를 부리는 다니엘, 이때 가족의 식사테이블에서도 사태가 벌어진다. 후추 알레르기가 있는 스튜의 음식에 후추를 잔뜩 뿌려 골탕을 먹이려 했으나 사태가 심각해져 거의 숨이 넘어가는 지경, 다웃파이어는 그에게 달려가 응급처치를 했지만 벗겨진 가면으로 결국 그의 정체가 탄로나고 만다. 황당해하며 자리를 뜨는 미란다. 다시 법정 앞에 선 다니엘에게 아이들과의 만남에 더한 규제가 가해지고 양육권이 엄마 미란다에게로 넘어가는 상황, 최후 변론을 통해 자신에게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피력해 보지만 이토록 감동적인 변론조차 연극일 수도 있지 않냐는 판사의 말과 함께 판결이 확정된다. 이후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이끄는 프로그램은 대박을 터트리고 생활도 안정되지만 아이들과 함께할 수 없어 슬픈 다니엘, 하지만 이제 아내 미란다도 그의 마음을 알아 법원의 판결을 뒤로하고 그에게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 문이 열리고 그곳엔 다웃파이어가 아닌 다니엘이 서있고 행복해하는 아이들, 이때 TV에서는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며 영화는 행복한 분위기로 막을 내린다.

▲ 영화 <미세스 다웃파어이>에서 여장을 한 주인공 다니엘(로빈 윌리엄스 분)이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모습. /스틸컷

◇세비야의 이발사

안내하려는 클래식이 영화의 어떤 장면에서 사용되었는지 궁금하여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영화가 시작되자 곧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선율, 만화영화에서 새장 속의 새가 흥겨이 부르는 노래가 있고 이를 더빙 중인 성우는 주인공 다니엘이다. 주인공 역의 로빈 윌리엄스가 제법 멋지게 불러 주는 이 곡은 바로 이탈리아의 작곡가 '로시니'의 인기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주인공 '피가로'가 등장하며 부르는 아리아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다. 자신의 이름 피가로를 줄기차게 반복해대는 부분은 딱히 오페라를 즐겨 감상하는 이가 아니더라도 익숙할 법한 유명한 곡이다. 1792년 이탈리아의 피사로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로시니는 익살을 즐기는 타고난 낙천주의자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대개 유쾌한 풍의 희가극이 많은 편이며 인기 또한 높지만 진지한 오페라들은 그리 인기 있는 편은 아니다. 젊은 시절 큰 인기를 누리며 39개의 가극이라는 많은 작품을 남긴 그이지만 역시 가장 많은 공연횟수를 자랑하는 대표작은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이다. 프랑스 작가 보마르셰가 쓴 피가로 3부작,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죄 많은 어머니 중 그 첫 번째인 세비야의 이발사는 선배 작곡가 파이지엘로에 의해 먼저 세상에 선보인다. 이 작품의 흥행을 이어 받아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또한 탄생하고 30년을 훌쩍 지나 새로운 세비야의 이발사가 로시니에 의해 재창조된 것이다. 까마득한 후배의 이러한 행동이 파이지엘로의 입장에서 보면 괘씸했나 보다. 하여 펼쳐진 방해공작으로 초연이 난장판으로 끝나지만 이후 계속된 공연에서 엄청난 성공을 보이며 현시대에 있어 세비야의 이발사는 로시니의 것이다. 얼마나 재미있는 내용이길래 두 번씩이나 작곡가의 선택을 받았을까? 아름다운 로지나에게 첫눈에 반한 백작, 그는 매일같이 그녀에게 세레나데를 바치지만 만나기조차 쉽지 않다. 그녀를 차지할 음모를 지닌 후견인 바르톨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발사로 살아가는 자신의 옛 하인 피가로를 만나게 되고 둘은 로지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참으로 의리있는 피가로다.(이후 백작은 피가로와 결혼할 여자에게 엉큼한 생각을 품는다-피가로의 결혼) 피가로의 아이디어로 주정뱅이 사관으로 위장하여 잠입한 백작은 결국 들통이 나지만 다시 한번 음악선생님의 제자 돈 아론조로 위장하여 로지나와 사랑의 노래를 주고받는다. 결국 로지나의 마음을 얻은 이는 돈 아론조, 하지만 바르톨로의 술책으로 상황을 오해한 로지나는 몰래 발코니를 통해 들어온 백작을 향해 항의하고 이제 그녀가 돈 아론조를 사랑하고 있음을 안 백작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로지나는 감동한다. 이때 로지나와의 결혼을 서둘러 진행코자 공증인과 병사들을 데리고 온 바르톨로는 그를 체포하려 하나 그가 백작임이 밝혀지자 상황은 역전되고 사랑의 기쁨을 다 함께 노래하며 막을 내린다. 이러한 내용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로시니'라는 인물의 기질과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지는 희가극이라 할 것이다.

◇사과와 화해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내용도 오페라의 내용처럼 갖가지 소동들이 벌어지지만 오페라의 마지막에서처럼 모든 것이 잘 해결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복잡하다.

사실 주인공 다니엘의 막내딸이 이미 갈등과 다툼의 해결책을 알려준다. 아내와의 관계가 틀어져 버린 아빠에게 제시한 그 답은 너무도 단순하지만 진리이기에 어른들의 세계는 좀 더 복잡하다는 아빠의 대답은 변명처럼 들릴 뿐이다.

"사과하고 화해하세요."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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