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상정해 민심 심판 받을 것인가
난제 해결 결국 대의기구인 의회의 몫

도교육청이 민주적이며 인권친화적 학교문화를 조성하겠다며 승부수를 던진 경남학생인권조례가 미아 신세로 전락하기 일보직전이다. 도의회 상임위인 교육위원회가 본회의 상정을 봉쇄하는 표결을 한데 이어 의장 직권상정마저 물건너가는 모양새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내놓고 반발을 하지는 않았지만, 도교육청의 입장이 어떠할지는 물어보나마나다. 교육위원들의 당별 의석 분포로 미루어 추론하자면 위원 9명 중 자유한국당 3명과 무소속 1명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더불어민주당 5명이 찬성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기대심리가 무참하게 깨져버렸으니 난감하기가 이를 데 없을 터다. 지난 수년간 수차례에 걸친 도전이 번번이 실패했으나 이번에는 진보와 보수의 역전된 의석구조에 힘입어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던 장밋빛 환상이 신기루가 되는 순간이다. 그런 와중에 여당 소속 의장에게 걸었던 한가닥 기대마저 물거품이 되는 처지에 놓인 만큼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움이 오죽하겠는가. 그렇기는 해도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의원발의 형식을 거친 후 본회의에 올려 마지막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직 남아있다. 물론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출구임에는 틀림없다. 또 총대를 메겠다는 의원이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벌여온 노력이 너무 아깝다 할 것이다.

도의회의 정당별 의석은 전체 58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34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자유한국당이 21석이며 나머지 3석을 정의당과 무소속이 나누어 갖고 있다. 지금까지 역대 의회를 통틀어 자유한국당과 그 전신인 보수 우파가 절대다수를 독과점해온 데 비교하면 너무나 달라진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진보 성향의 더불어민주당이 3분의 1선인 20명으로 하여금 본회의 상정을 성사시키고 그런 다음 과반수 찬성을 끌어낼 수 있다면 반전 드라마를 쓰는 것도 영 불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시간이다. 오직 남은 한가지 유일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법정 시한은 다음달 19일이다. 뜻을 모으고 서명을 받고 의사일정을 소화하기까지 아주 빠듯한 시간이다. 난제 해결의 주역이 대의기구인 의회의 몫임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경남학생인권조례는 예시된 대로 총론에는 대체로 뜻을 같이한다고 해서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각론에선 일부 조항이 교권을 침해할 소지가 상존할 뿐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수 교육단체나 종교계를 중심으로 결사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음으로써 갈등을 키웠다.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의장의 직권상정 불가 견해가 상임위의 결정을 존중키 위한 충정에서 비롯됐는지는 모르나 남은 핵심 쟁점은 과연 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본회의에 상정하여 민심의 소재를 확인하는 절차를 가질 것인가다. 현재 국면은 반대쪽이 압도한 가운데 인권시즌2가 전개되려 한다. 찬성쪽의 주의주장도 경청하고, 가능하면 공론화의 기회도 가지면서 합리적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게 의회가 할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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