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지각 세리머니 '판다컵' 박탈 자업자득
국가기밀 폭로 자숙 않는 것도 국가 망신

어렵게 우승을 하고도 칭찬은커녕 욕을 먹는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18세 이하 한국대표팀은 지난달 29일 중국 청두에서 막을 내린 2019 판다컵에서 우승한 뒤 세리머니를 하는 과정에서 우승컵에 발을 올린 채 기념사진을 찍고, 또 다른 선수는 우승컵에 소변을 보는 시늉을 했다.

한국대표팀의 이런 몰지각한 행동은 중국의 한 사진 애호가가 촬영한 사진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게시하면서 알려졌다. 중국축구협회는 "한국 선수들의 트로피 모욕은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판다컵 대회조직위원회는 한국에 수여했던 우승컵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스포츠팬들의 분노와 항의는 당연한 것이고, 우승컵 박탈은 자업자득이다. 땀 흘려 성취한 업적을 스스로 발길질하여 쓰레기통에 처박는 결과를 가져온 현실에 먼저 선수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동시에 승리만 요구하며 학생선수들을 스포츠 기계로 만든 축구 감독 등 지도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남의 잘못을 비난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예의 없는 행동의 한 단면일 뿐이다. 한국의 빠른 경제적 성장은 과정보다 결과에, 예의나 배려보다는 성과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스포츠맨십이 존중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목격해오고 있지 않은가. 승부조작에 프로선수들이 가담하고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보상과 상금을 해당 협회 감독이나 간부들이 가로채는 등.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스포츠에 예의를 중시하는 인성교육은 필수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본 정신에 아마와 프로 구분이 없다.

스포츠는 그나마 즐거움이라도 주지만 상호 배려문화가 사라진 정치 분야는 국민적 스트레스를 더할 뿐이다. 국회는 열지 않아도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꼬박꼬박 받아간다. 국민에게 요구하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국회의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3급 비밀에 해당하는 양국 정상 간의 통화내용을 입수, 공개해놓고 '국민알권리'라고 억지를 부린다. 국가기밀을 넘긴 해당 후배 공무원은 '파면' 당하는 판국에 이를 악용한 국회의원은 사과나 자숙은커녕 '야당탄압'이라고 역공을 취한다. 상식과 예의를 벗어난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고발당한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한다. 국가의 법체계를 만드는 입법의원들이 스스로 법질서를 방해하고 국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도 서슴지 않겠다는 제1 야당의 입장은 우려스럽다.

법 앞에 공평해야 한다는 것은 여야를 떠나 모두가 존중해야 할 명제다. 사법부에 가서 '알권리'라고 주장하고 그 정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 범법행위 혐의자가 객관적일 수 없고 법체계를 부정해서도 안 된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존중하지 않게 되면 법치는 무너지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면책특권을 내세우거나 '방탄국회'를 열어 동료의원들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회의원도 특혜나 특별대우를 포기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지만 당선되고는 입장을 바꾼다. 자녀 취업청탁 등 불법과 탈법에 앞장선 국회의원들조차 끝까지 버티기하는 모습 역시 국민적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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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도 정치도 예의와 상식이 먼저다. 상대와 법질서에 대한 존중이 없을 때 우승컵을 박탈당하고 국가적 망신을 자초하는 것은 자명하다. 일상에서 예의와 상식을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먼저 주변부터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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