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초점 둔 TF 3개안에 환경단체 '소비 조장'지적
수요관리 강화 정책 강조

환경단체들이 정부가 누진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기로 한 데 대해 전기 과소비를 조장하고 에너지 불평등을 없애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정부 민관 합동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개편안은 △현행 누진제 틀을 유지하되 여름철(7~8월) 누진구간 확대 △200㎾h 이상 사용 시 얼마를 쓰든 ㎾h당 187.9원의 요금 적용 △연중 단일요금제 적용해 사용량과 무관하게 ㎾h당 125.5원으로 고정 등 누진구간 확대·누진단계 축소·누진제 폐지 등 3안 모두 '전기요금 완화'에 방점을 뒀다.

환경단체들은 개편안에 대해 에너지 과소비로 말미암은 환경 파괴, 폭염 취약 계층에 대한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개편안은 에너지기본계획이라는 보다 크고 장기적인 정책 틀에서 제시한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기조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자 이산화탄소 배출 7위 국가인 한국에서 전기요금을 용도별로 나눠놓고 그 안에서 구간을 정해 요금을 깎아주겠다는 식의 정책 신호는 에너지 전환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수요관리 강화를 위한 전기요금 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지난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 모습. /연합뉴스

에너지전환포럼도 "정부는 원자력발전,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많이 가동하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포럼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은 에너지 과소비와 석탄발전소 확대 등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에너지 수급 정책의 결과다. 전기요금 인하는 전기 소비를 늘어나게 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폭염에 취약한 계층의 냉방권을 보장하는 조치는 전기요금 할인이 아닌 맞춤형 에너지복지 서비스 제공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누진제 개편안으로 가구당 얻게 되는 이익은 여름철 한 달에 6000원에서 1만 6000원 정도다. 2018년 가구당 월평균 가계 지출액 통계에 따르면 공공교통비 34만 8000원, 통신비 13만 4000원인데 전기요금은 4만 1000원 수준이다. 이번 할인으로 가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사회적인 부담은 커지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는 요즘, 전기요금 개편은 '인하냐, 인상이냐'는 협소한 프레임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전기요금 체계와 시스템, 그리고 기후변화 등 다양한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개편안에 대해 '기후 위기 시대에 뒤떨어진 후진적 안'이라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가정용 전기사용량은 전체의 13.9%(2018년 기준)에 불과했지만 ㎾h당 93.3~280.6원의 높은 비용을 내야 했고, 산업용 전기는 전체의 55.7%를 차지하지만 ㎾h당 59.2~89.6원만을 부담하고 있다. 결국 현 체계의 단편적 논의는 전기 사용량 증가 문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기후위기 계층의 인명 피해를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누진제 TF는 앞으로 토론회, 공청회, 온라인게시판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권고안을 한전에 제시할 계획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