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현동 고분군 유물과 보존
배모양·낙타머리 토기 출토 중국·일본 등 교류 가능성
길이 7~8m 무덤 발굴…국도 공사로 보존 절반도 못해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 거제~마산 국도 건설현장에서 발견된 가야시대 고분군에 대한 설명회가 최근 열렸다. 이번 발굴을 통해 이 주변에 가야시대 당시 상당한 규모의 세력이 있었다는 것과 청동기부터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주거지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017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에 가까운 발굴을 통해 현동 가야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의 수는 1만여 점. 이미 상당부분 도굴된 상태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실된 것이 많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꽤 많은 양이다.

▲ 창원 현동 고분군에서 나온 유물을 살펴보는 사람들. /이서후 기자

◇아라가야 계통 토기들

유물 중에는 토기류가 가장 많다. 아라가야의 상징인 불꽃무늬를 한 굽다리접시(고배)나 항아리, 그릇받침 같은 것이다. 이외에 김해 금관가야의 삼각형 무늬, 고성 가야 토기의 사각형 무늬를 한 토기도 제법 섞여 있다.

덩이쇠, 모루, 쇠끌, 망치 같은 철기를 만드는 공구도 많이 나왔는데, 고분군을 포함한 현동 지역 거대 제철집단의 존재를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 공구들이 실제로 보면 지금 것이라 해도 믿을 만큼 잘 만들어졌다. 특히 제철집단 수장급의 무덤으로 보이는 곳에서 덩이쇠가 제법 많이 나왔다. 이는 철기를 만드는 기본 재료가 되는데, 상징적인 뜻으로 무덤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 발굴된 토기들은 대부분 아라가야 형식. /이서후 기자

형태가 잘 살아 있는 무기류도 있다. 무사들의 것으로 보이는 무덤 4기에서 출토된 것이다. 대부분 무덤이 4세기에 형성된 것과 달리 이 무덤은 5세기부터 이곳에 자리 잡은 수장세력인 것으로 발굴팀은 본다. 크기도 다른 무덤보다 확실히 크다. 여기서는 철 찌꺼기, 미늘 갑옷, 복발형투구, 목가리개(경갑), 고리자루칼(환두대도), 쇠창, 쇠화살촉 등이 나왔다.

다만, 현동 고분군에서 장신구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은 것은 특이하다. 유리구슬, 세환이식(귓불에 붙이는 장신구) 정도가 나왔을 뿐인데, 발굴팀은 도굴 때문으로 추정한다.

◇배모양 토기와 낙타 머리 토기

창원 현동 고분군 유물 중에 두드러지는 건 387호 고분에서 나온 배모양 토기와 335호에서 나온 낙타 머리 모양 토기다.

가야시대 유물 중에서 배모양 토기 자체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동 고분군에서 나온 것은 지금까지 출토된 것 중에서 가장 온전하다는 게 발굴팀의 설명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출토된 것과 모양이 조금 다르다. 예컨대 내륙 지역에서 주로 출토되는 통나무 쪽배(獨舟木)형 토기와 달리 그보다 조금 더 발전한 방식으로 나무판을 조립한 준구조선(準構造船)이다.

얼마 전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출토된 배모양 토기도 준구조선 형태다. 발굴팀은 말이산 고분군 토기는 육지에 가까운 좁은 바다를 다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동 고분군 것은 일종의 범선(돛단배)으로 큰 바다를 다니는 외항선용으로 보고 있다.

▲ 현동 고분군에서 나온 유물 중 눈에 띄는 배모양 토기. /이서후 기자
▲ 낙타 머리 모양 토기. /이서후 기자

이런 배를 이용해 중국이나 낙랑, 왜(일본)와 교역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배를 만들려면 나름 선박 제조 기술이 뛰어나야 했을 것이다. 현동 고분군 유물 가운데 배를 만들 때 쓰이는 도구인 어깨가 넓은 쇠도끼 수십 점과 100여 점이나 되는 끌이 나온 것은 나름의 기술력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오리 모양 토기는 원삼국시대에서 삼국시대까지 흔히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토기는 보통 새 머리모양에서 말 머리모양으로 변해간다. 그런데 현동 고분군에서 발견된 것은 오리 몸체에 낙타 모양 머리가 결합된 것이다. 발굴팀은 이를 두고 국제 교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보존은 어려울 듯

현동 고분군에서 발굴한 무덤 중 제일 큰 것은 나란히 발굴된 839호와 840호다. 839호는 길이 7m 72㎝, 너비 3m 96㎝인데, 출토 유물로 봐서 여성의 것으로 본다. 그리고 840호는 길이 8m 60㎝, 너비 4m 54㎝로 아라가야 지역에서 조사된 무덤 중 가장 큰 규모다. 주로 무구류와 마구류 등이 나온 것으로 봐서 남성의 것으로 본다. 발굴팀은 이 두 무덤을 당시 최고 지배층 부부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거제~마산 국도 건설현장서 발견된 고분군. /이서후 기자

안타깝게도 현동 고분군 발굴 조사 지역 전체를 보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굴을 맡은 (재)삼한문화재연구원은 현재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국도를 만들기로 예정된 부분을 제외하면 조사된 면적의 40% 정도는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장에서 보면 경사지로 된 발굴 지역 윗부분에 빨간 깃발이 꽂혔는데, 국도는 그 윗부분을 지나가게 된다. 다행히 부부 무덤은 빨간 깃발 아래에 있다.<끝>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