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 번쩍 인천에 번쩍 홍길동은 아닙니다만
창단 때부터 서울서 응원
원정 매번 직접관람 '열정'
삶 지칠 때 야구가 큰 힘

어린 시절 아빠 손을 잡고 서울 잠실 구장을 드나들었던 소녀. 20여 년이 흐른 지금, 수도권 경기장을 종횡무진하는 야구 광팬으로 성장한 그는 이제 야구를 통해 일상에서의 활력을 얻는다. 창단 때부터 꾸준히, 그리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NC다이노스를 응원해온 김세란(34·서울시 영등포구·사진) 씨 이야기를 들어봤다.

-야구를 처음 접했을 때가 기억나는지?

"아빠가 LG 트윈스 광팬이다. 그 덕분에 지금의 '엘린이(LG트윈스 어린이 팬)'처럼 유치원 때부터 아빠 손을 잡고 수시로 야구장을 찾았다. 자라면서는 두산 팬이 됐다. 그러다 김경문 감독님이 NC에 새 둥지를 틀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NC로 갈아탔다. NC다이노스 창단 때부터 함께해온 골수 팬인 셈인데, 지금 감독님은 없지만 NC를 향한 애정은 여전하다."

-LG 팬인 아버지와 NC 팬인 딸. 함께 리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맞다. 지난 4월 양팀 맞대결에서 LG가 스윕을 거두자 아빠에게서 문자가 오더라. 평소 나를 부르는 애칭과 함께 '공주 스윕'이라고 말이다. 그 뒤 5월 NC가 잠실에서 위닝시리즈를 거두자 나도 되갚아줬다. '아빠 위닝'이라고. 방송 중계 화면에 내 모습이 잡힐 때면 'TV로 잘 봤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서로 견제하면서도 응원하는 재미가 정말 좋다."

-창원NC파크는 방문해 봤나?

"홈 개막전에 갔다. '광클릭'에 성공하며. 10개 팀 전 구장과 LA다저스 홈 구장까지 가 봤는데 '메이저리그 구장만큼이나 좋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 특히 어느 곳에서든, 어딜 가든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는 구장 설계가 돋보였다. 경기 중간 화장실을 가더라도 끊김 없이 경기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상시개방 시설 벽면에 달린 사다리꼴 전광판도 눈에 띄었다. 단, 원정팀에 관한 정보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수도권 원정 경기는 거의 빠짐없이 간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서울에 살다 보니 창원에 자주 갈 순 없다. 그 대신 잠실, 고척, 수원, 인천 등 수도권 경기는 주말·평일 따지지 않고 모두 찾으려 노력 중이다.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쉴 새 없이 응원한다. 덕분에 방송 중계 카메라에 여러 번 잡히기도 했고. 주변 친구들은 아직 두산 팬이 많다. 지난겨울 양의지 선수 이적을 두고는 '너희, 왜 우리 선수 가져가'라며 귀여운 불만을 여러 번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로 존중하고 늘 함께 응원한다. 모이면 모일수록 재미가 커지는 야구 묘미가 아닐까 싶다."

-오랜 팬이다 보니 야구장에서 친구도 많이 사귀었겠다.

"같은 나이 또래 NC 팬이 많이 생겼다. 함께 경기장을 찾기도 하고. 사실 사회생활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패턴이 비슷하지 않나. 자칫 지치기 쉬운 그 사이사이 야구가 있다. 직관을 가서 경기 분위기를 마음껏 느끼며 열정적으로 응원을 쏟고 나면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NC에서 가장 응원하는 선수는?

"이종욱 선수를 정말 좋아했다. 두산 시절 수비하는 모습에 눈길이 많이 갔는데 베이징 올림픽 때 선보인 슈퍼 캐치를 계기로 더욱 빠져들었다. 이종욱 선수가 은퇴하고 나서는 양의지 선수를 열심히 응원 중이다. 우리 팀에 꼭 필요했던 선수였고 기대만큼 잘 해줘서 고맙다. 포수에 관심이 많아서일까, 요즘은 투수들이 잘하는 모습에 큰 희열을 느낀다. 예전에는 그저 치고 달리는 걸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탈삼진 기록에 더 눈이 간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또 다르게 보이는 게 야구인 듯하다."

-올 시즌 NC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단 모두 부상 없이 시즌을 났으면 좋겠다. 시즌 초반 한 선수가 돌아오면 다른 선수가 다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말 속상했다. 멋진 수비 장면에서도 '혹시 다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앞설 정도였다. 다행히 최근 이재학 선수도 돌아오는 등 팀이 완전체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그 기운을 이어받아 나성범 선수도 빨리 쾌유했으면 한다. 성적 면에서야 당연히 우승하면 좋겠지만 우선 '가을 야구' 꼭 했으면 한다. 한동안 우리 팀이 가을 야구 단골손님이지 않았나. 그러는 사이 팬 처지에서는 간절함을 조금 잊고 살았던 듯하다. 올해 가을 야구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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