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요즘같이 어처구니없는 말세 현상을 곱씹어보는 현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얼마 전에 자기 아버지를 살해하여 5개월이나 시신을 방치해 두었다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흉악범이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는 것이 부끄럽고 두렵기만 하다.

우리들에게 강한 충격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그 흉악성이나 복합성보다 이 범죄에 맥락 된 부모라는 인륜적 인자와 부모 이전의 인간적인 인자에 대한 엄청난 배신 때문이다.

아무리 세상이 험난하고 인정이 각박하다고 해도 최후의 보루인 부자지간의 인륜성과 인간성의 가느다란 명맥이라도 유지되었기에 그런대로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단 한 사람밖에 없는 자기를 낳은 아버지를 살해해 놓고, 미치질 않고, 또 죽지도 않고, 5개월이나 인간의 탈을 쓰고 버젓이 살았다는 것은 당사자의 정신이상이나 병적인 개별성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동에 따른 인간성 상실이나 정서의 곡절도 다양하여, 그 같은 희귀하지만,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는 온실 같은 사회분위기가 오늘날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천륜지간인 부자지간을 극악으로 단절시킨 원인은, 지금까지는 먹고살기에 바빠 남의 나라 흉내를 낸다고,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여서 여간한 일은 대충대충 짚고 넘어 왔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인륜지간의 가장 기본인 부자지간의 관계, 윤리, 태도 등을 다시 한번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사람 '인(人)' 자는 대지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사람을 나타내지만, 인간이라고 할 때는 사람과 사람 사이 때문에 인간인 것이다. 곧 부자, 모자, 형제, 부부, 이웃 같은 사이 때문에 인간인데, 결과는 인간에서 사이를 증발시켜 버린 것이다.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어느 학자는 '날이 갈수록 사람은 사람에게 한 마리씩의 늑대가 되어 간다'고 했지만 최소한의 부자지간만큼은 늑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부모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말세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가정교육, 학교교육은 물론 교육자, 위정자, 부모, 모든 주변인이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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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어릴 때부터 예사롭게 여기고 있는 인성교육의 방법, 내용, 시기, 대상 등을 크게 되돌아보지 않으면, 어느 누구의 자식이, 어느 집 귀한 손자가 극악무도한 사람이 안 된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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