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사용할수록 계속 변화해
생각하는 습관 키울 유의미한 활동을

1935년 심리학자 로렌츠(K. Lorenz)는 청둥오리가 알에서 깨어나서 처음으로 무엇이든지 움직이는 것을 어미 오리라고 믿고 따르게 되며 이런 관계가 이루어지면 계속하여 그 대상만 따르게 되는 현상을 각인(Imprinting)이라고 하였다.

각인현상은 개체의 일생 중 일정한 기간에서만 일어난다. 이 기간은 각 개체가 추적 및 애착 행동을 위한 가장 민감하게 자극에 반응하는 시기이므로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고 한다. 즉, 결정적 시기란 어떠한 기능이나 능력이 특정한 시기에 획득되지 않으면 더는 그 능력을 학습할 수 없는 시기를 말한다.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결정적 시기가 있을까. 영·유아기에는 뇌가 외형적으로 발달하므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급속도로 발전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첫 시험 점수 결과가 3학년 대학수능시험과 졸업 성적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고등학교 입학 이전에 학업능력에 대한 발달의 최적기가 지났다는 의미이다.

분명히 영·유아기와 청소년기에서는 발달의 속도가 성인기보다는 빠르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동물의 각인처럼 특정 능력이 획득되어야 하는 결정적인 시기가 지나가더라도 외부 환경에 의해 그 능력을 완전히 학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뇌과학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사용할수록 계속 변하게 되는 뇌가소성(brain plasticity)이 동물들과 차별되는 특징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에 시각을 잃은 시각장애인이 손가락으로 점자를 읽을 때 시각정보를 담당하는 뇌의 후두엽이 활성화되고,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억력과 추론능력 및 정보처리능력이 향상 훈련을 통해서도 뇌변화를 일으키는 등의 뇌가소성에 대한 연구는 무수히 많다.

따라서 교육에 의해서도 학생의 뇌가 변화되고 지능도 발달한다.

아동의 뇌발달을 위해 많은 지식을 쌓으려는 것보다 오히려 성장과정에서 결핍된 것은 없는지 살펴보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또는 다른 아이들과 관계를 통한 사회성이 필요할 때에 영어 수학을 과도하게 선행학습을 하게 한다든지, 지나친 통제와 훈육으로 자율성 성장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되돌아봐야 한다.

뇌를 발달시키는 방법으로 그 효과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 유산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뇌 변화를 일으키므로 신체적 운동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신체 운동을 잘 하지 않는다. 여가 시간에 휴대폰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 휴대폰을 억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그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유의미한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흥미와 관심 있는 분야에 스스로 알아가는 습관, 생각하는 습관, 끈기를 가지고 집중하는 습관을 교육을 통해서 길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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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창원에서 열린 국가교육회의 포럼에서 경남의 기업을 대표하여 나온 한 토론자가 '요즘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는 것보다는 작은 회사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 취직하여 일을 경험하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 장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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