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원룸 발길 뚝 끊겨 긴 침체
주민·상인들, 생존권 위기 절박
매각 숙원 해결·상권 회생 기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라는데, 성동조선 매각이 반드시 성공해 안정에서, 죽림에서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활보하는 것을 다시 봤으면 좋겠습니다."

고용위기지역에다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돼 한 차례 기간을 연장받은 통영지역에서 7일 성동조선해양 M&A 인수의향서 제출 기한을 앞두고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번 3차 매각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창원지방법원의 회생안 가결기간이 오는 10월 18일로 예정된 데다 회사 가용자금도 10월 중순이면 소진돼 시간상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매각절차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탓이다.

▲ 7일 3차 매각을 앞둔 통영 성동조선해양. /박일호 기자 iris15@

성동조선은 한때 1만 명이 넘는 노동자를 책임지는 지역 주민의 삶의 일터로 통영 경제를 떠받쳐왔다. 하지만, 그 많던 사람이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750여 명이 남아 있으며, 600∼650명 정도가 순환 무급휴직에 들어가 실제 출근하는 사람은 M&A나 법정관리 대응, 야드 시설 유지보수 등의 일을 맡은 필수 인력 100~30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회사 주변 식당가나 원룸 등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여서 유령도시를 연상케 하고 있다.

진태웅 안정황리상인협의회장은 "안황지역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부동산 7곳에 원룸 80여 동 일반 주점 등 140곳이 있는데 그중 60%가 연명하지만 사실상 문을 닫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원룸도 적게는 15개에서 많게는 30여 개 방이 있는데 전체 90%가 빈방으로 남은 상태"라고 현재 주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들려줬다.

성동조선 가동 중단은 단지 안정지역뿐만 아니라 인근 광도면 죽림신도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식당가나 주점 어디를 가든 작업복 입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죽림지역도 사람들의 발길이 준 것은 마찬가지다.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점포를 임대한다는 안내문이 한 집 건너 한 집에 붙을 정도로 심각하다.

죽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44) 씨는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식당 3곳을 운영했다. 그 정도로 잘됐는데 지금은 한 곳만 운영한다"며 "매출도 이전과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빨리 성동조선 문제가 해결돼 죽림이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3차 매각 성공의 바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런 기대감에도 3차 매각 성공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조선소 1~3야드 일괄매각과 함께 분할매각도 허용해 가능성을 키웠지만 분할매각은 2야드가 매각되는 경우로만 제한한 데다 조선업이 회복세라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은 수천억 원을 투자하길 꺼리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은 M&A가 잘 돼 안정된 직장, 청춘을 바친 사업장이 다시 한 번 잘 돌아가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중소조선소 명맥을 이어가고, 조선산업에 건전한 생태계도 유지되길 바란다. 더구나 이곳은 시설투자된 것도 많고 최신 야드다 보니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회사가 사라진다는 건 상상하기 싫지만 직원들의 바람대로 순조롭게 해결되기 바라지만 답답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치적 해결에 기대를 거는 움직임도 읽힌다. 당장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통영 경제의 기반이 조선산업이고, 조선업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했던 성동조선을 파산절차에 들어가게 한다는 것은 통영 산업 전체를 무너뜨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나 여당으로서도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다.

▲ 통영 성동조선해양 주변 폐업된 상가에 붙어 있는 안내 문구. /박일호 기자

여기에는 지역 주민들의 바람도 닿아있다. 궁극적으로 성동조선이 조선업을 영위하는 업체에 팔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당장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진태웅 회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가게 문을 열고 있는 것은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기 때문이다. 파산하려 해도 은행에서 내 집부터 가져간다. 그걸 막고자 페달을 밟고 있다"며 "상인이나 주민들은 3차 매각 성공 여부를 떠나 당장 뭐라도 들어와 안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우리도 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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