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옹호관·학칙 매뉴얼 등 실질적 효과 확인
조례 제정 시·도,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현장서 실현 중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이 학생인권조례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며, 조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를 먼저 제정해 시행해온 지역의 담당자들은 상위법 개정 등이 없어도 '조례도 곧 법'이어서 학교 현장에서 적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는 2011년 경기도와 광주시, 2012년 서울시, 2013년 전북도 등 4곳에서 제정됐다. 4곳 담당자들이 밝힌 실효성은 다음과 같다.

◇인권옹호관 조사·시정 권고 = 서울시교육청은 2012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조례에 명시한 학생인권옹호관을 설치했다.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인권 관련 실태조사, 정책·지침 등 연구·개발, 학생인권침해와 학생복지에 관한 상담, 학생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조사 등을 한다.

김영준 서울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인권옹호관이 학생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시정 권고를 한다. 학생, 교사, 학교 측의 의견을 다 듣고, 사안이 심각할 때 권고 결정을 한다. 강제할 수 없지만 권고에 대한 이행률이 90% 이상이다. 학교 학칙에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어서 제·개정을 권고했을 때도 대부분 고쳤다"고 말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49조 제5항, 시행규칙 제9조 제2항에 따라 권고를 받은 가해자, 관계인 등은 권고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권고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그 조치결과는 60일 이내에 옹호관에게 문서로 통보하게 돼 있다. 최근 학교장이 사적모임, 술자리에 학생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공연예술고에 대해 학생인권옹호관이 직권조사를 해서 운영취지에 맞게 교육환경 개선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체벌, 언어폭력 등으로 학생 권리 구제 신청 건수는 2017년 223건, 2018년 86건이었다. 권리구제 신청 건 중 종결된 사안에서 권고 조치가 이뤄진 건수는 2017년 16건, 2018년 10건이었다. 경미한 사안의 경우 기각, 취하, 학교조치 등의 이유로 대부분은 권고 이전에 조치가 이뤄졌다.

◇학칙 매뉴얼 제공·개정 권고 = 경기도교육청은 2011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면서 학생생활인권규정(학칙) 운영 안내 매뉴얼을 만들었다. 학교가 인권친화적인 학칙을 만들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경기교육청 학생생활인권과 관계자는 "조례도 법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이미 헌법이나 초중등교육법에 나와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매년 학생생활인권규정 점검을 통해 인권침해 요소가 있으면 수정하도록 권고한다. 학교가 이를 따르고 있다. 교육청이 시대적 변화에 따라 인권친화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안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교육청은 매년 학기 초에 학생생활인권규정에 대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이를 학교 누리집에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로부터 규정을 제출받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개정 권고 등을 하고 있다.

2013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전북도교육청도 지침 등으로 조례를 따르게 학교에 안내하고 있다.

고형석 전북교육청 학생인권센터 조사구제팀장은 "학생인권조례는 상위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2015년 대법원 소송까지 치렀다. 대법원은 학생인권조례가 헌법과 관련 법령에 따라 학생 권리를 확인하거나 구체화한 것이라고 했다"며 "조례 시행 이후 교육청 지침 등으로 학교 생활규정을 학교 누리집에 올리게 하고, 조례에 따라 인권친화적으로 규정이 만들어지게 안내한다"고 했다.

광주시교육청도 학생인권위원회와 학생인권 침해 조사구제팀을 운영하며 조례 이행실태 점검, 학생생활규칙 개정·운영 모니터링과 전수 점검, 학교민주인권친화도 평가, 민주인권평화교육 실천사례 발표대회 등을 통해 학교 현장 인권의식이 뿌리내리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 철학의 문제" =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해온 단체는 김 의장에게 '직권 상정 포기는 민심 외면'이라고 비판하며 토론회를 제안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지난 5일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치법규가 상위법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법률 범위 안에서 만들어진 조례가 왜 직권상정 거부 이유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김 의장이 조례 실효성 등을 직권상정 거부 이유로 밝힌 데 대해서는 "자치법규를 제정하는 지방의회 의원이며, 더구나 의장으로서 지방자치에 대한 철학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촛불시민연대는 도의회 의장 주최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학생인권조례의 관계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토론회를 개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민주당 도의원들이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조례안을 검토해 본회의에 상정해 줄 것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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