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FA컵·K리그 병행
초반부터 일정 강행군 속
부상 속출·분위기도 침체
2주 동안 A매치 휴식기
다시 전열 정비 나서야

경남FC가 심상치 않다.

올 시즌 경남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A컵 대회, K리그 3개 대회를 병행하면서 지금까지 K리그 15경기, ACL 6경기, FA컵 2경기 등 모두 23경기를 치렀다.

지난해 경남은 8월 15일 23라운드를 치렀다. 그전에 월드컵 휴식기를 두 달 가까이 가졌다. 올해는 3~5월 3개월 만에 같은 경기를 치렀다. A매치 휴식 2주를 제외하고 거의 매주 주중과 주말, 2경기를 치렀으니 선수들 몸 상태가 지난해하고 같을 수가 없다.

지난해에는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많은 주목을 받았고 팀 분위기도 좋았다. 올해는 초반부터 무리한 일정 속에서 부상 선수가 속출한 데다 이길 경기는 비기고 비길 경기는 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팀 분위기도 많이 침체돼 있다.

다시 2주간 A매치 휴식기를 맞아 지난 3개월을 되돌아보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은 기회가 있다. FA컵대회 우승 가능성도 열려 있고, K리그도 38라운드 중 이제 15라운드를 치렀을 뿐이다.

7월 3일 FA컵 8강전 전까지는 룩, 머치, 쿠니모토 외국인 3명은 물론 최재수, 김효기도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니모토가 빠져 아쉽긴 하지만 베스트 11을 가동한다면 FA컵 우승과 리그 상위스플릿도 가시권에 있다.

문제는 지난 3개월처럼 다시 부상선수가 많이 나온다면 어려워진다.

차분히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감독 리스크

사실 지금 상황이 가장 안타깝고 답답해 할 사람은 김종부 감독이다. 하지만 일정 부분 감독이 자초한 부분도 있다.

김 감독 아니더라도 대부분 감독은 쓸 선수만 쓰려는 경향을 보인다. 42명 선수단 중 지금까지 30여 명이 출전 경험이 있을 정도로 다른 구단보다는 많은 선수가 출전했으니 쓸 선수만 쓰지는 않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실은 부상 등에 따른 임기응변이 강했고, 팀 내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이다.

김 감독은 또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를 선호하고, 포지션 파괴를 자주 시도한다. 실제로 우주성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수비 위치를 옮겼고, 미드필더였던 이광진을 측면 수비수로 기용하는 등 성공적인 사례도 많다.

반면 올해는 이러한 포지션 스위치가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센터포워드 박기동을 측면 윙으로 기용한 것도 마찬가지. 상주상무 시절 중앙수비수에서 타깃맨으로 변신해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고는 하지만 이광선도 올 시즌 경남에서 포워드 기용은 위력이 약했다.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도 있지만 안되는 선수도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낯선 롤을 요구하는 게 효율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교체 타이밍이나 대상 선수 선택에서도 조급함이 보인다.

▲ 지난 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19 15라운드 경남FC와 FC서울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남FC는 경기를 내내 주도하고도 수비수 실수 하나로 1-2로 졌다. 이날 경기 후 경남FC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주먹구구 피지컬 관리

지난해 5개월 반에 걸쳐 소화한 경기를 3개월 만에 다 치러내려면 선수 로테이션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체력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올 시즌 경남에 유난히 부상 선수가 많은데 골절이나 인대 손상보다는 근육부상이 많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악의 사례로는 지난 5월 2일, 제주유나이티드와 경기를 앞두고 비행기 탑승 전 오전 운동을 하다가 조던 머치가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경우를 들 수 있다.

선수들의 운동량이 근육에 어느 정도 부하를 줬는지, 회복에는 어떤 운동이 필요한지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 하나 없이 오로지 '감'에만 의존해 체력운동을 시키고 있다. 운동이나 경기 중 선수들에게 GPS 위치표시기를 착용시키고 이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훨씬 효율적이고 안전한 훈련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 구입 요구도 없고 구단도 구입 의지가 없다.

경남에는 호성원·하파엘 카바나기(브라질) 두 피지컬 코치가 있다. 이 둘의 훈련방법이 크게 다른 점도 검토가 필요하다. 하파엘 코치는 다양한 기구와 운동법을 시도한다. 호 코치는 고무줄과 포트를 이용한 스프린트 훈련에 집중한다.

객관적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코치나 감독의 '감'에 따라 운동하다가 근육부상을 당하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꽉 막힌 소통 창구

경남에는 올 시즌 ACL 무대에서 뛰고자 들어온 선수도 있다. ACL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니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일부 선수들이 쌓인 불만을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거나 원하는 포지션이 아닌 다른 롤을 요구하는데 대한 불만 정도여서 아직은 위기라고까지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A매치 휴식기 이후, 대부분 부상 선수들이 복귀할 예정인 7월 이후에도 여전히 성적이 바닥을 헤맨다면 선수단에서 공개적인 불만이 터져나올 수도 있다. 이쯤 되면 더는 정상적인 구단 운영이 어려워진다.

대부분 팀에는 '맏형' 역할을 하는 사람이 코치진에 있다. 대부분은 수석코치가 그런 역할을 해준다.

경남에는 이영익 수석코치를 비롯해 이정열·진경선 코치, 박종문 GK코치가 있다. 이 수석코치가 '엄마'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면 이 코치나 진 코치가 맡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나마 진 코치가 2017 시즌을 마치고 경남에서 선수로 은퇴하고 코치진에 합류해 선수단과 친밀도가 높다. 현역 선수 시절에도 팀의 맏형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코치로서는 경륜이 너무 짧아 팀에서 큰 역할을 맡기기는 부담스럽다. 결국 이 수석코치가 나서줘야 한다.

◇팀 전통 무너진 게 더 큰 손실

사실, 경남이 지금 성적에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적보다는 팀의 분위기와 전통이 무너지고 있는 게 더 큰 위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남 선수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똘똘 뭉친 뭔가가 있었다. 출전 기회가 거의 없는 어린 선수들에게 명절이면 선배 선수들이 십시일반 귀향비를 지원하는 등 미담 사례도 많았다. 이게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부 감독이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올 시즌을 구상하면서 되풀이해서 강조한 말이 있다. "이제는 시·도민 구단의 정체성이 어떠해야 할지, 어떤 전통을 만들어 나갈지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있는 좋은 전통마저 무너진다면 그게 바람직한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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