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가 있었어요.

그 나라의 임금님은 신하들에게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어요. 신하들이 임금님의 명령을 듣지 않아서 나라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그것은 나라의 이상한 약속 때문이어요.

"짐이 옥좌에 오르고 나서 나라를 위해 무엇을 크게 한 것이 없구나. 이번에 내가 깊이 생각했소. 저 높은 천등재 산에다 긴 굴을 뚫어 '초롱' 마을과 '방울' 마을이 서로 왕래가 편리하도록 하고 싶소."

임금님이 진정한 마음으로 신하들에게 의논을 했어요. 그렇지만 신하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가 머리를 쳐들고 완강한 자세로 임금님의 명령에 반대를 했어요.

"폐하, 그것은 아니 되옵니다. 폐하의 명령은 일생에 한번만 내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옵니다. "

임금님은 신하들의 막무가내식 반대에 부딪혀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나라의 모든 일이 이런 식이었어요. 임금님은 이런 신하들에 대한 불만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었어요.

임금님은 왕이 되기 전의 하늘나라 별들을 생각했어요. 신하들에 대한 불만보다 자신의 운명을 그렇게 만든 하늘의 별들이 더 원망스러웠어요.

임금님이 되기 전에 하늘나라에서 있던 일이지요. 운명을 점지하는 별들이 자신에게 하던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아래 세상에서 임금님이 되면 일생 동안 단 한 번의 명령만을 내릴 수 있으니, 명심하시오. "

그때는 운명을 점지하는 그 별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러지요. 그게 이 별나라의 법이라면 어쩔 수 없지요."

그 후, 그는 땅의 세상에 내려와 임금님이 되었어요. 땅의 나라 임금님이 된 그는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 명령을 하면 그때마다 신하들이 임금님의 말마다 꼬리를 잡고 시비를 걸었어요. 임금님은 그런 신하들을 향한 불만보다 하늘의 별을 보고 울부짖으며 원망했어요.

"임금님에게 한 번만의 명령을 허락한다는 것은 임금님의 입을 막아 놓은 고문이다. 대체 내가 무엇을 하란 말인가?"

임금님은 밤마다 궁전의 뜰을 거닐면서 별들에게 복수할 무서운 생각을 했어요.

"차라리, 모든 백성들을 동원하여 저 멍청한 하늘의 별들에게 저주의 화살을 쏘아 올리게 할까?"

임금님은 잠자리에 들어서도 별들에게 복수할 궁리에만 몰두했어요.

"어차피 백성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한 일은 할 수가 없으니 별들에게 복수할 생각밖에 없구나."

어느 날 밤이었어요. 그날 밤은 구름이 잔뜩 끼어 하늘의 별들을 하나도 볼 수 없었어요. 하늘의 별을 볼 수 없는 밤만은 그나마 임금님의 마음이 편안했어요.

"와! 하늘의 별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편안하다니!"

그날 밤, 임금님은 궁전의 뜰을 혼자서 오래도록 거닐었어요. 그러다가 그는 별들에게 복수할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무릎을 탁 치며 엄청 기뻐했어요.

임금님은 자기가 생각한 그 '깜찍한 명령' 하나를 머릿속에 담고 어린애처럼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어요.

"왜 내가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다음날 임금님은 모든 신하들을 임금님 앞으로 불러 모았어요. 임금님 앞에 모인 모든 신하들이 모여 임금님의 눈치를 살피며 눈웃음을 흘렸어요.

"이번에는 무슨 명령을 내리시려나?"

"허참, 임금님이 명령을 내려보았자 헛일인데 뭐?"

"임금님이 상황을 파악하여야 하는데?"

그러나 신하들은 임금님 앞이라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고 임금님의 명령만 기다렸어요. 임금님이 무언가 중요한 명령을 내리기 위해 고개를 들자 모든 신하들의 숨소리가 멎은 것처럼 조용했어요.

드디어 기다리던 임금님의 말이 또랑또랑하게 들렸어요.

"나의 단 한 번의 명령은?"

임금님은 말을 멈추고 잠시 숨을 크게 쉬었어요. 만약에 신하들이 반대를 하면 무슨 말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임금님은 정말 뜻밖의 명령을 내렸어요.

"단 한 번의 명령을 말한다. 단 한 번의 명령은 하늘의 모든 별들을 이 들판의 풀꽃으로 피게 하는 것이다."

임금님의 말이 나오자마자, 신하들이 놀라서 항의의 말을 빗발처럼 쏟아내었어요.

"폐하 부당하옵니다. 하늘의 별을 지상의 꽃으로 피게 한다면 그 별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 많은 재앙을 어찌 감당하시렵니까?"

"걱정 말게나. 우리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별들이 모두 땅에 떨어져 이 들판의 풀꽃으로 피면 하늘에는 우리들에게 재앙을 줄 별들이 하나도 없네. 그렇지 않은가?"

신하들이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임금님의 말이 맞기도 했고, 여태까지 한 번도 임금님의 명령을 들어준 일이 없는 신하들도 이번만큼은 반대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날 밤이 되었어요. 궁전 뜰에는 모든 신하들이 모였어요. 모든 신하들이 높은 단상에 있는 임금님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었어요. 궁전 뜰의 분위기는 사뭇 엄숙했어요.

궁전의 뜰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이 영문도 모르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땅의 나라를 굽어보고 있었어요. 그 별들은 '단 한 번의 명령'을 모른 체 그렇게 하늘에 떠 있었어요.

임금님은 복수에 찬 목소리로 궁전 뜰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말했어요.

"일생에 단 한번만 내리는 명령을 한다. 이 시간부터 하늘의 별들은 모두 들판의 한 포기 풀꽃으로 피어라."

무서웠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임금님의 그 한마디 명령이 떨어지자, 하늘에서 '깡' 하는 무시무시한 폭음과 불빛이 터지더니, 한순간에 모든 별들이 빛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어요. 순식간에 하늘이 깜깜해졌어요.

"자, 보아라. 나의 명령의 무서움을! 오늘 땅에 떨어진 별들은 모두 한 떨기 풀꽃으로 필 것이다."

임금님은 그 말을 하고 아주 정중한 말 한마디를 더했어요.

"그렇지만 들꽃 중에서 진실로 아름다운 희망의 빛으로, 고운 영혼으로 피는 꽃은 하늘의 별로 다시 오르리라. 그러나 그것은 나의 몫이 아니고 하느님의 뜻이니라."

그 다음날, 임금님은 자리에서 물러나와 목동이 되었어요. 왕은 많은 양떼를 몰고 별들이 내려 풀꽃으로 피고 있는 들판으로 갔어요. 별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양떼를 몰고 다니며 그 들판을 처참하게 짓밟았어요.

"이놈, 별들아, 한 인간의 운명을 함부로 이렇게, 저렇게 하는 너희들은 양떼의 발굽 아래 수없이 짓밟혀야 하리라."

그 들판에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오자, 노란 꽃들이 수없이 피어났어요. 우리가 말하는 민들레꽃이지요. 그 꽃들은 하늘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 노란 웃음으로 곱게 피어나고 있어요.

운명을 점지하는 별은 임금님에게 무슨 말을 했나요?

민들레의 꽃말은 '용기와 끈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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