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당사자 '출생지' 비공개 논란
지연문화 운운하지만 설득력 떨어져

지난 3월부터 청와대 인사 발표 때 당사자의 '출생지'가 빠지고 '출신고교' '출신대학' '주요 경력'만 소개되기 시작했다.

5월 28일 김외숙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 등 청와대 차관급 인사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이번에도 일부 기자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자 유송화 춘추관장은 "출생지역과 성장지역이 다른 경우가 많아 객관적이지 않으며 지연 문화를 벗어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기자가 이에 "그럼 학교도 안 밝히는 게 맞지 않나. 학연 문화도 벗어나야 한다"고 하자 아무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3월 국회에 출석해 한 의원으로부터 관련 지적을 받고 "늘 하던 방식이 아니라 출신고별로 발표하는 건 조금 치졸하다"고 한 바로 그 사안이다. 당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7명의 장관 인사 때 출생지 기준으로 하면 호남이 4명이고 출신고로 하면 호남은 0명, 서울이 4명이 나왔다. "호남 편중 인사를 숨기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판이 당연히 뒤따랐다.

기자는 이 같은 논란에는 전혀 끼어들고 싶지 않다. 출생지 또는 지역이 인사의 최우선 원칙이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경남 출신 장관이 한 명도 없다고 '지역 홀대' 운운하며 섭섭해 하거나 분노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청와대뿐 아니라 어디서든 인사의 핵심 기준은 해당 분야의 능력이나 리더십, 성품 같은 것이어야 마땅하다.

출생지나 지역을 인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만들어버린 건 오히려 지금의 청와대다. 굳이 '억지로' '무리해' 출생지를 비공개함으로써 엉뚱한 논란만 키웠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만 치면 출생지를 금방 알 수 있는 현실에서 이런 편법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자체가 코미디다. "편중 인사다" "우리 지역이 왜 없냐"고 욕하고 싶은 언론이나 세력은 어떻게든 자기 목적을 이루기 마련이다.

앞서 유송화 관장의 "출생지역과 성장지역이 다른 경우가 많아 객관적이지 않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겠다. 사람을 객관적으로 소개 내지 규정할 수 있는 학력이나 경력이 그럼 있다는 말인가?

지난 3월 장관 인사 때 소위 서울 명문고 출신이 4명이었는데 이 장관들은 그럼 '명문고를 나온 훌륭한 인사'로 추앙받아야 하는 것인가? 또 서울(명문고) 편중 인사를 한 셈인데 이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인가? 나아가 '출생지' '성장지' 운운한 것으로 보아 성장지가 좀 더 객관적(?)이고 그 기준점이 출신고라는 모양인데 그럼 고향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다 고교 때 이주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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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보면 청와대는 명분과 의욕을 앞세우다 스텝이 꼬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언론을 상대할 때는 되도록 '정보 제공'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스스로 해석하고 갈라치고 가르치고 꾸짖고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하려고 하는 게 바로 '언론 통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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