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권력도 분권 필요한 시점
부실수사·통제불가 우려 과도해

검·경이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검찰에서 행사해 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 일부를 경찰에 이양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검·경 간의 수사권 조정문제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거론되었지만 그때마다 경찰이 수사에 관한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명분에 밀려 조정안이 채택되지 못하였다.

필자가 검찰수사관으로 재직한 1990년대에도 수사권독립이란 문제로 검·경간 이견이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수사를 담당하던 사법경찰관 대부분이 법률적 지식이나 경력이 다소 부족한 경장·경사여서 경위급 이상의 직원이 사법경찰관으로 구성된다면 수사권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현재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1급서의 사법경찰관들은 거의 경위 이상의 경찰관들로 구성되어 수사권 조정의 여건은 조성되었고 여론조사의 결과도 찬성이 반대보다 2배 가까운 수치를 보여 이제는 수사권을 조정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수사권 조정이 되면 경찰의 부실수사를 막지 못하게 되어 국민의 인권침해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아직도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 사례로 지난 3년간 경찰에서 검찰에 송치한 범죄혐의 없다는 내용의 불기소의견 사건 중 1만 3000건이 기소되었다며 경찰의 부실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위 기간 검찰에 송치한 1만 3000건은 전체의 약 0.2%에 해당하는 수치지만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하거나 사건관계인이 새로운 진술이나 추가 참고자료를 제출하였을 경우 상당수 불기소의견이 기소의견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3년 기간에 검찰이 법원에 기소한 사건 중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 부족으로 무죄선고를 받은 사건은 1만 5740건으로 집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조정안에서 의미하는 수사권이란 검찰이 가진 수사권 중 일부 수사권을 의미하는 것이고 경찰에서 신청하는 압수수색영장이나 체포영장·구속영장 등의 청구권은 여전히 검찰에서 행사하며 영장신청을 통해 경찰의 수사권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사종결권 경우도 경찰에서 종결한 불기소 대상의 사건에 대해서도 사건을 검찰에 넘겨 60일간 기록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여 경찰의 자의적 혹은 부실수사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였고, 또한 경찰에서 종결한 사건에 대해 사건당사자가 이의신청할 경우 검찰에서 재수사할 제도가 보완되어 있어 부실수사 논란의 여지는 그렇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경찰부서장의 수사개입 차단을 위해 수사업무는 국가수사본부에서 운영, 관장토록 하여 제도적 보완장치를 함으로써 부서장의 수사관여를 배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이 독점적으로 지휘해 온 수사권의 일부를 경찰에 이양하여 경찰수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임에도 마치 경찰에 수사권 전부를 이양하는 것처럼 곡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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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여 자치분권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는 것처럼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권도 이제 경찰에 이양하여 검경이 상호 보완적이고 협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국가공권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머리를 맞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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